슬픈 우리들을 위한 중보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한 시절을 이루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사 이래 가장 슬픈 아이들을 품고 사는 시절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진 것을 다 버리더라도 그들 안에 있는 슬픈 기운들을 씻어줘야 할 책임이 이 땅의 어른들, 무엇보다 교회의 몫으로 남겨진 듯합니다.


요즘 중고등학교 졸업식장엔 경찰들이 진입해서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모이면 뒤를 따라가 해산시키느라 바쁘다 합니다. 졸업식장에서의 일탕행위들이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풍경이 생겨난 것이지요. 학교에서는 ‘알몸 뒤풀이’니 ‘밀가루 뿌리기’ 등의 용어를 직접 이야기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아예 말을 아낄 정도입니다.

축제가 되어야 할 졸업식이 왜 폭력이 난무하고 탈선이 판치는 현장으로 전락해버렸을까요? 대체 이 나라의 청소년들은 왜 이렇게도 터뜨려야 할 스트레스가 많고 분출해야 할 분노가 많은 것일까요?


아이들의 슬픈 졸업식장

2월 5일 한 대학교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학교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학생일수록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전국의 중학교 2학년 청소년과 학부모 2756명을 설문조사하여 제작한 ‘생활 긴장이 소년비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비행과 생활 긴장의 여러 요소를 분석하였더니 이런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생활 긴장은 일상생활에서 청소년들이 기대하는 대로 주위 사람들이 대해주지 않을 때 생기는 것으로 학교긴장을 비롯해 부모긴장, 친구긴장, 외모긴장, 분노감정 등이 이에 속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 교칙이나 규정에 적응하기가 어렵거나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없어 자포자기할 때, 선생님과 불화를 겪을 때 등 학교긴장 지수가 높을 때 비행 청소년이 되기 쉽다는 것이지요. 학교긴장 다음으로 분노감정, 외모긴장과 부모긴장 등이 비행 청소년으로 몰아가는 생활긴장이란 것입니다.

이 논문이 밝혀낸 것은 결국 “우리 교육계가 대학진학을 목표로 학생간의 극심한 경쟁을 유발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 소홀했다”는 사실이고, 그래서 이제는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삶의 목표를 제시하고 실패를 하더라도 좌절감을 극복하도록 돕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산출한 셈입니다.


극심한 경쟁이 비행을 낳는다

학교 긴장이 비행청소년을 만들어낸다면 가정문제는 자살을 유발한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 2월 6일입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생의 자살 원인을 살펴봤더니 4명 중 1명은 자살의 원인조차 알 수 없었고, 가정불화로 자살한 학생이 31.5%로 높았다는 거죠. 나머지는 염세·비관이 19.2%, 성적비관 12.3%, 이성관계 6.8% 등이었습니다.

어쨌든 청소년들에게 대한민국은 참 슬픈 공간입니다.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이라고 말해선 안 될 것이 그렇게 단순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변수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비교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뿐더러, 오늘의 이런 세상을 만든 책임이 바로 어른들이란 사실이 우리 양심을 더 짓누릅니다.

최근 어느 선교단체의 조사를 보면 올해 우리나라 대학신입생들 가운데 그리스도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4%도 안 된다고 합니다. 이 비율은 더 줄어들 것입니다. 선교학자들 가운데는 이제 교인분포를 이야기할 때 지역을 단위로 할 게 아니라 그 지역의 세대별 분포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제안대로라면 우리나라 20대 이하의 그리스도인 비율은 ‘미전도종족 수준’이 되고 맙니다.


대한민국의 슬픈 청소년들을 위로하는 데 이 땅의 교회들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유사 이래 가장 부유한 시절을 이루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유사 이래 가장 슬픈 아이들을 품고 사는 시절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진 것을 다 버리더라도 그들 안에 있는 슬픈 기운들을 씻어줘야 할 책임이 이 땅의 어른들, 무엇보다 교회의 몫으로 남겨진 듯합니다. 주님, 우리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그들 안에 있는 저 푸른 상처들을 어루만져 주소서. 먼저 이런 세상을 만들어온 우리들을 용서하소서.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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