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장기기증한 외국인 린다 프릴

렉스 프릴은 아내의 장기기증이 단순하게 장기기증 확산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실천하는 신앙을 갖게 되는 계기로, 비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전도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갔지만 아내의 의식은 좀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수술하면 절반의 확률이지만 식물인간으로나마 생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불현듯 평소 아내와 장난처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나그네처럼 이 땅에서 살다가 당신을 만나서 하늘 아버지가 주신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 하늘로 떠날 때에도 아버지를 기쁘시게 해야겠죠. 장기기증 어때요? 아버지가 주신 귀한 몸, 떠날 때에도 아버지 사랑을 실천하는 거죠. 내 장기를 기증받을 분이 이런 내 마음을 알까요? 그 분이 꼭 예수님 믿게 우리 기도해요.”

농담처럼 나눴지만 진심으로 기도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막상 아내를 떠나보낼 생각을 하니…, 조금만 더 볼 수 있다면…, 설령 장기기증을 하더라도 미국에서 정신없이 오고 있는 아이들에게 온전한 모습의 엄마를 보여준 뒤에 하는 것이 도리일 터인데…. 남편은 쉽게 입술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반드시 지금 말해야 했다.

“수술을 포기하겠습니다. 서둘러서 장기를 적출해주세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다른 이들에게 이식할 수 없게 되어버리잖아요.”
지난 1월 21일 간(1), 신장(2), 각막(2), 골조직, 피부 등의 인체조직을 기증하고 22일 새벽 2시 1분에 소천한 고 린다 프릴(Linda Freel ? 52세)의 이야기이다.

경기 의정부 국제크리스찬학교 수학교사였던 린다 프릴은 1월 20일 수업 중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진단을 받은 뒤 하루 만에 남편 렉스 프릴의 서명으로 장기를 기증했다. 기증된 장기는 적출 즉시 만성신장질환을 앓는 2명에게 신장이, 간질환을 앓는 환자 1명에게는 간이, 1월 24일과 25일에는 각막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각각 이식됐고, 기증된 조직은 향후 화상 등의 질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언론 및 미디어에서는 뇌사상태 외국인으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장기를 기증한 사례라며, 과거 고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때처럼 그녀의 고귀한 희생으로 장기기증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렉스 프릴은 아내의 장기기증이 단순하게 장기기증 확산에 도움이 되는 것을 넘어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실천하는 신앙을 갖게 되는 계기로, 비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독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전도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에도 비교적 의연하게 처신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고 덧붙였다.

“아내는 예수님을 많이 사랑했어요. 주님의 가르침대로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고, 주어진 삶을 가치 있게 살아가려고 끊임없이 연구했던 사람이었어요. 한국에서는 성적으로 문란한 환경과 건강하지 못한 가정들을 보며 자신의 교과업무와는 별도로 순결교육과 성품교육을 연구하며 가르쳤지요. 학생들에게 주님이 주신 몸을 잘 관리하여 믿음의 가정을 이뤄야 할 것을 강조하고, 주님을 닮은 성품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지요. 생전에 장기기증서약서에 서약을 했던 것도 자신의 장기 또한 전도의 도구로 사용되길 바랐던 게지요.”

린다 프릴이 가르치고 보여준 ‘실천신앙’은 그녀의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계승된 듯했다. 지난 14년간 한국에서 린다 프릴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의 대다수가 건전한 이성교제를 하고 있으며, 사람들을 섬기는 일과 관련된 진로를 택하고 있다고 한다. 또 그녀의 바램처럼 장기기증 후에 학교에서 예수를 믿지 않았던 몇몇 학생과 그 가족들이 예수그리스도를 영접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린다 프릴의 삶을 반추하며 ‘선교’를 생각해본다. “믿으라”고 말하기 전에 행동으로 예수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전도와 선교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린다 프릴 효과’가 넘쳐나길 기대한다. 그녀가 표현한 사랑은 감동의 이야기가 되어 방방곡곡에 전해지고 있다. 그 감동이 장기기증의 확산으로 이어져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1만 8000여 명의 환자들과 가족들이 ‘은혜’ 받았다며 감격해하는 소식을 하루속히 전하고 싶다.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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