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더하기 1의 답이 2가 아닌 ‘1’인 것이 결혼이다. 자신의 반을 버리고 상대방의 반을 받아들여야 하나가 될 수 있다. 어렵지만 거듭 실천하여 나의 주장, 꿈, 생각의 ‘절반’을 버리고 남편이나 아내의 생각을 받아들여 나머지 절반을 채울 때 일심동체가 된다.


건강 강연 중이었다.
“우리가 위장으로 집어넣는 음식들의 독성은 대단해서 우리 몸을 갉아먹기도 하지요. 붉은 고기는 맛날수록 지방이 많아 해롭습니다. 탄산음료는 강산으로 위점막을 갉아먹죠. 하지만 그 어떤 음식보다 위험한 음식이 하나 있어요. 이 음식을 먹은 후 몇 년 혹은 수십 년 간 고통과 괴로움에 시달릴 수 있어요. 무슨 음식인지 혹시 아세요?”

짧은 침묵이 흐른 뒤 한 노인이 대답했다. “웨딩 케이크.”
결혼은 야누스이다. 나날이 행복해지는 천국일 수도 있고 고통과 괴로움의 지옥일 수도 있다. 어찌 보면 생면부지나 마찬가지인 두 사람이 수많은 차이를 극복하고 가정을 이루며 오랫동안 같은 주파수를 내며 살아간다는 것은 기적이다. 결혼 초기에는 음식의 간 맞추는 일조차 쉽지 않다. 사랑하면 다 해결된다고? 설마 이렇게 서로 다른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길어야 2, 3년 지속된다는 화학적 사랑만 가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하여 결혼이라는 수학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공약수를 찾아내고 최대공약수를 크게 만들어가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헌신이 그 원동력이다. 부부가 서로 존경하고 헌신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양보와 희생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어느 한쪽에게만 일방적으로 희생을 요구하거나 수고에 대해 독려해주지 않는다면 섭섭해지게 마련이다.

1 더하기 1의 답이 2가 아닌 ‘1’인 것이 결혼이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되려면 자신을 온전히 가지고서는 불가능하다. 자신의 반을 버리고 상대방의 반을 받아들여야 하나가 될 수 있다. 어렵지만 거듭 실천하여 나의 주장, 꿈, 생각의 ‘절반’을 버리고 남편이나 아내의 생각을 받아들여 나머지 절반을 채울 때 일심동체가 된다.
안도현 시인은 ‘사랑한다는 것’이란 시에서 그 비결을 말한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오직 한 사람을 사무치게 사랑한다는 것은
이 세상 전체를
비로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뜨겁게 사랑한다는 것은
그대는 나의 세상을
나는 그대의 세상을
함께 짊어지고
새벽을 향해 걸어가겠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세상을 함께 지고 간다는 것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할 뿐 아니라 감싸안기도 한다는 의미다. 내 짐이 벅차니 상대방에게 짊어져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짐을 바꿔지는 것이다. 그 짐을 지고 하루 중 가장 어둡고 추운 시간 새벽을 향해 밤새워 가겠다는 것이다. 훤하게 앞이 보이는 낮에만 가지 않고, 햇볕 따뜻하게 보이는 낮을 향해 가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고 미래가 불확실하고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함께 새벽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로의 짐도 이것 없이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혼은 항심이 있어야 한다. 언제나 일정한 마음, 한결같은 마음, 처음 같은 마음을 항심이라 한다. 항심은 쉽지 않다. 어려움이 없을 때는 쉽지만 힘들고 피곤할 때는 쉽지 않다. 젊을 때는 쉬우나, 늙어서는 가지기 어렵다. 풍족할 때는 쉽지만, 궁핍할 때는 어렵다. 사랑할 때는 쉬우나, 싸우고 다툴 때는 어렵다. 건강할 때는 쉬우나, 아플 때는 어렵다.
만해는 ‘항심’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홍안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백발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그리워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건강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죽음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홍안만이 아니라 백발도 사랑하고, 미소만이 아니라 눈물도 사랑하고, 건강만이 아니라 아플 때까지도 사랑하는 것이 진실로 사랑하는 것이요, 항심이라 할 수 있다.
아내에게 웨딩 케이크 이야기를 이메일로 보냈더니 이런 답장이 왔다.


웨딩 케이크라는 치명적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은 남편에게.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니 가정이 틀렸네요. 당신과 함께하는 결혼이 아니었다면 분명히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를 사랑하는 오늘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겠죠. 그러니 웨딩 케이크를 먹기로 한 그날은 얼마나 복된지요.
사랑해요.

아내는 아직 항심을 가진 것일까? 아니면 콩깍지가 씌어 있는 것일까?

최은창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 교수이자 신촌세브란스병원 두경부암클리닉 팀장으로 있다. 국내 두경부암 치료 최고 권위자로 EBS <명의>에 소개된 바 있다. 음악과 책을 사랑하는 그의 시선은 암 치료 전문가의 아우라가 늘 서려 있지만 생명과 사람, 그리고 세상을 바라볼 때는 언제나 따듯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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