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꿈을 이뤄내는 ‘담쟁이의 꿈’ 콘서트

무엇보다 몽골학생 70여 명의 합창이 콘서트의 절정을 이루었다. 아이들이 무대에 오를 때 관객들에게 그들의 꿈과 기도의 제목이 담긴 담쟁이 잎을 나누어주었다. 몽골학교를 기억해달라는 기도였고, 몽골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소망이었다. 그들의 꿈이 담긴 노래 ‘거위의 꿈’은 이 땅에서 몽골을 위해 섬기게 될 소중한 재목들이 자랄 것이란 희망을 보는 듯하였다.


어쩔 수 없는 벽 앞에서 말없이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 넝쿨은 벽 앞에 선 모든 절망에게 힘을 준다. 도종환 시인은 잎 하나로 수천 개의 잎을 이끌고 벽을 넘어가는 위대한 담쟁이의 꿈을 노래한다. 동광교회(서울 강남구 대치동, 장빈 목사)는 그 꿈을 삶의 자리로 이끌어내기 위해 매년 콘서트를 열어왔다. 도움이 필요한 자리에 주님의 손길을 전하기 위한 담쟁이들의 ‘기어오름’이다.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기독교의 문화로 담아내려는 일이다. 담쟁이가 착한 의지를 품고 수천 개의 잎으로 하나가 되듯, 담쟁이의 꿈 공연에는 동광교회 교인들은 물론 지역의 주민들도 참여하여 훈훈한 온정의 잔치로 부풀어 오른다.

2010년 11월 6일 저녁에 열린 네 번째 ‘담쟁이의 꿈’ 콘서트는 몽골에서 온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기 위해 몽골학교를 건립해주자는 꿈이 수많은 담쟁이 잎들을 모은 자리였다.

 

몽골학교는 현재 서울시 광진구 광장동에 950평 대지를 서울시가 무상으로 임대해준 상태이다. 건축비가 필요한데 무려 40억이 필요하다. 이 일을 주도하고 있는 나섬공동체의 유해근 목사는 너무 큰 재정이라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기도만 할 뿐이었다.

몽골학교의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유해근 목사는 1998년 강변역 근처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였다. 그때 이 급식소에 몽골 아이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아왔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간 사이 무료급식소에 와서 점심을 해결하고 그 주변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서 또래의 친구들처럼 한국말도 배우고, 한국 노래도 배우고 싶었다. 그들의 ‘착한 꿈’을 외면하지 못하고 작은 학교를 시작했다. 아이들 여덟 명과 자원봉사자 선생님 몇 분이 그렇게 첫 발을 내디딘 것이 몽골학교의 시작이었다. 학교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아이들은 스무 명에 육박했지만 공간은 좁고 교육환경은 열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엥흐볼트 울란바토르 시장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서울에 몽골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 학교를 찾았다. 그들의 나라를 떠나온 아이들은 서울의 어느 지하실 어두침침한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엥흐볼트 시장은 나중에 몽골의 총리가 되었고 여전히 유해근 목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상급학교에 진학기 위해선 정식으로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행정절차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다. 몽골노동자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여서 몽골학교를 인정할 경우 불법체류자를 양산하는 꼴이 된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었다. 유 목사는 그러나 아이들은 불법체류자 여부를 떠나 보호받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유엔헌장에 더 주목한다. 오랜 설득 끝에 운동장 시설만 갖추면 인가를 내겠다고 입장을 선회하였고, 장신대의 도움으로 장신대 운동장을 사용하기로 하여 결국 2005년 봄 몽골학교는 외국인학교로 정식 허락을 받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여기까지 달려온 유 목사와 몽골학교의 땀을 위로하고 교사를 건립하는 일이다. 담쟁이의 꿈이 여기에 손을 내민 셈이었다.


담쟁이의 꿈, 네 번째 행사에는 박강성, 소리엘, 심삼종 등이 펼친 ‘3색 콘서트’와 다문화 문화단체인 ‘노마드밴드’의 아리랑, 흥겨운 아프리카 민요들이 피부색과 언어와 문화의 벽을 뛰어넘어 울려퍼졌다.

무엇보다 몽골학생 70여 명의 합창이 콘서트의 절정을 이루었다. 아이들이 무대에 오를 때 관객들에게 그들의 꿈과 기도의 제목이 담긴 담쟁이 잎을 나누어주었다. 몽골학교를 기억해달라는 기도였고, 몽골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달라는 소망이었다. 그들의 꿈이 담긴 노래 ‘거위의 꿈’은 이 땅에서 몽골을 위해 섬기게 될 소중한 재목들이 자랄 것이란 희망을 보는 듯하였다.

유해근 목사는 공연이 펼쳐지는 시간 내내 눈물을 닦았다. 담쟁이 잎들이 내민 수많은 손을 잡으며 용기로 충만했다. 이날의 공연이 몽골학교 건립의 작은 주춧돌이 된 셈이었다.


박상완 집사(동광교회, CBS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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