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년 후배를 1년여 만에 만났다. 후배는 변호사다. 8년 만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친구다. 그는 법학 전공자도 아니면서 고시공부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1차 시험에 합격했었다.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놀랐다. 하지만 그것은 기적이 아니라 시련의 시작이었다. 이후 계속해서 2차 시험에 낙방했다. 1년에 한 번씩 시험 결과가 발표되던 날, 나는 그를 만나 식사를 대접하며 계속 도전할 것을 격려했다. 그는 하루 16시간씩 공부했다. 겨울에도 대나무 발을 깔고 잠을 청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과를 정확히 지켰다. 시험 준비 기간 중에는 핸드폰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후배는 마침내 5번째까지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포기하겠노라고 선언했다. 그리고 그는 학원 강단에 섰다. 그러는 사이 그의 부친이 돌아가시고 그는 더욱 힘들어했다.
그렇게 끝인 줄 알았다. 그런데 3년 전 연락이 왔다. 1차 시험에 다시 합격했노라고. 다음해, 그는 2차 시험을 통과하고 최종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어떻게 된 것인지 물었다. 학원에서 여자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그녀가 생활비는 자신이 지원할 테니 다시 한 번 도전해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도전을 감행했고 당당히 합격했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런 후배와 1년여 만에 식사를 하려고 앉았는데 갑자기 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런데 상대방이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다급하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후배는 영어로 인사말을 하더니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약 10분 후에 돌아왔다. 무슨 전화인지 물었다. 외국인이 경찰서에 가게 되었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상담을 해주었다고 했다. 아니 영어는 언제 그렇게 배웠느냐고 물었다. 왜냐하면 1년 전만 해도 그는 그렇게 영어를 잘 하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서 1년 전부터 영어공부를 했다고 한다.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 하루 2~3시간씩 영어로 이야기하고, 걸어다니는 모든 순간에 늘 영어를 중얼거리며 외우고 다녔다고 했다. 이렇게 전화로 하루 1시간 정도 상담하면 그것만 월 600만 원의 수익이 된다고 했다.

후배와 식사를 마치고 돌아와 나의 생활을 돌아보았다. 영어로 강의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DID(들이대)를 강조하며 격려하고 있는 나는 정작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 것인지. 일상의 분주함에 매몰되어 관성의 힘에 따라 흘러가다 보면 나도 결국은 그저 그런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서늘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1년 만에 가진 후배와의 만남이 나의 마음의 끈을 다시 조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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