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이야기▶ 위캔쿠키
장애인이 만든 쿠키라서 손님들에게 외면당할 때면 “우리는 전염병 환자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위캔 직원들은 편견을 뛰어넘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말 좋은 재료로 맛있는 쿠키를 선보이면,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인 용철 씨는 월요일 아침이면 원장실 문을 두드린다. 지난 일요일에 위캔쿠키 매장을 둘러보며, 자신이 만든 위캔쿠키가 잘 전시되어 있는지, 고객들이 얼마나 위캔쿠키를 찾았는지를 알리기 위해서다. 흥에 겨운 듯 손짓발짓해가며 한참을 이야기한 용철 씨는 원장실을 나서면서 잊어버린 것이 생각났다는 듯 말 한 마디를 더 건넸다.

“원장님, 위캔이 자랑스러워요. 위캔은 저에게 기회를 준 회사입니다.”
2001년 설립하여 2007년 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위캔쿠키의 직원은 총 58명으로 이 중 37명이 지적장애 근로자다.
장애우 중에서도 가장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사람이 지적장애인이다. 지적장애인은 인지 기능의 제약으로 취업, 학업 등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따르고, 사회의 편견도 심한 편이다.

이에 장애인생활시설인 ‘애덕의집’은 그동안 해온 장애인 직업재활프로그램인 ‘쿠키제조’를 재활사업으로 확장하여 지적장애인들의 자활을 도울 계획을 세웠다.
2001년 겨울, 경기도 고양시 벽제동에 지어진 빨간색 2층 벽돌 건물은 ‘애덕의집’에 의해 ‘위캔’(We can)이라는 희망의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위캔의 쿠키생산과 판매사업은 이름처럼 순조롭고 수월하지는 않았다. 기술과 자본이 부족하니 처음부터 좋은 품질의 쿠키를 만들어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판로 뚫기도 여의치 않아서 재고가 쌓이기 일쑤였다. 특히 장애우가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뭔가 문제가 있는 것 아냐? 위생 상태는 괜찮은지…”라며 손님들에게 외면당할 때면 “우리는 전염병 환자가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동정심으로 사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창고에는 계속 재고가 쌓였다. 쿠키를 팔기위해 지방장터를 전전하다 고속도로 위에서 밤을 지샌 적도 있었다.

위캔 직원들은 편견을 뛰어넘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말 좋은 재료로 맛있는 쿠키를 선보이면, 장애인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케익하우스 윈으로 알려진 윈제과(대표 김혜덕)가 쿠키 레시피 등 생산 공정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해주었다. 위캔은 밀과 유정란, 땅콩, 검은깨 등 모든 재료를 유기농 국산으로 사용하고, 방부제나 색소 등의 첨가제를 일절 넣지 않은 수제쿠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국내산 호두 값이 1㎏당 7만 원일 때 캐나다산 호두는 7000원이었던 2007년, 100% 우유버터 가격이 1㎏당 8200원에서 1만 1500원으로 급등했던 2008년, 우리밀이 없어서 작업을 쉬었던 지난해 등 어려운 시기를 거치면서도 위캔쿠키는 애초의 다짐을 지켰다. 어쩔 수 없이 수입한 재료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공정무역으로 들어온 재료만 고집했다. “장사가 뭔지 모르는 미친 짓”이라는 말도 들었지만, 이제는 위캔이 자랑하는 경영원칙으로 자리했다.

철저한 위생관리도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위생복과 위생모, 마스크 등을 착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에어 샤워실과 에어타올, 손 소독기 등으로 살균까지 완벽한 위생환경을 유지한다. 쿠키를 만들고 나서도 금속검출기에 통과시켜 미세 쇳가루까지 걸러낸다.

이러한 위캔의 노력은 2007년 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2008년에는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 ISO22000을 인증받는 쾌거를 이뤘다. 2007년까지 매해 적자를 기록했던 매출도 2008년, 전년대비 44.3%의 매출증가를 시작으로 2009년에는 12억 원을 기록했다.

위캔의 대표인 송향숙 씨는 “착한 기업으로만 알려진 사회적 기업이 다른 영리기업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성과”라고 회고했다. 또 송 대표는 위캔의 성공요인으로 사회적기업지원 네트워크의 지원과 지원기관에 감사를 표했다. 이들은 생산, 홍보, 마케팅, 회계, 경영 등 전반적인 분야를 지원하며 위캔에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었다.

위캔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하며 판로도 더 확보해야 한다. 또 지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근로능력 차이에서 발생하는 생산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사회적일자리창출 지원사업도 종료된 상태여서 이에 대한 부담은 매우 크다.

그래도 위캔 가족들은 진심이 통할 것이라는 희망을 마음에 새긴다. 정직하게 만든 위캔쿠키를 통해 장애우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질 것이라는 희망, 편견이 사라질수록 쿠키 매출도 증가하고 일반인들처럼 돈을 벌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채 업무 전 구호를 외쳤다.
“위캔은 쿠키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쿠키를 만듭니다.”

기업명= 사단법인 위캔쿠키
설립년도= 2001년
인증년도= 2007년
직원수= 58명
매출액= 12억 원
대표자= 송향숙
연락처= 031) 969-3535
소재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489-5


자료제공= 고용노동부사회적기업수기
정리= 편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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