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그리 말하던 한가위를 맞습니다. 옛 어른들의 소망 가운데 반가운 사람들과 맛난 음식을 나누며 안식하는 그런 하루의 가치가 컸던 모양입니다. 창고에 쌓인 든든한 양식이 있어서도 그랬겠지요. 인생길 걸으며 그런 하루를 가지기가 쉽지 않은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오늘 우리들의 삶이 더욱 힘겨운지도 모를 일입니다. 속도나 파장이 빠르고 거센 까닭입니다.

일상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일상이 없다는 게 아니라 일상이 온통 무겁고 어두워 캄캄한 같거나 하얀 낮같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버리고 떠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일상을 친친 감고 있는 온갖 관계들과 얽힌 일들이 우리를 꽁꽁 구속하고 있습니다. 누구는 버리고 떠나기를 권유하지만 그럴 용기를 낼만 한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그래서 한가위는 어느 때보다 소중한 우리들의 하루여야 합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하루여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듯 한가위의 하루조차 만만한 날은 아닙니다. 수많은 며느리들의 스트레스는 명절에 최고점에 이른다고 합니다. 실업문제 등으로 자신을 떳떳하게 드러내어 자랑할 만한 청년들은 더욱 줄어들었습니다. 빈부의 격차와, 세대의 생각 차이도 여간 넓지 않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함께 모이면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입니다. 이렇게 저렇게 얽힌 무게들을 느슨하게 풀어줄 ‘한 사람’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까닭입니다. 비교하고, 비판하고, 훈계하고, 상처 주는, 그런 얽매인 것들을 훌훌 털고 만날 수 있을 때 비로소 옛 어른들이 맛본 그 한가위의 여유를 우리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조현삼 목사님은 사이좋은 것이 천국의 경험이고 행복이라고 합니다. 더 잘하고자 싸우지 말라고 합니다. 남을 돕고자 싸우는 것보다 돕지 않고 사이좋은 것이 낫다고 합니다. 하나님을 믿어 달라져야 할 것 하나가 ‘화평케 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싫어하는 것을 어느 누구에게도 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행하며 만난 사람처럼 먼저 인사하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맞으면 어떨까요? 여행지에서처럼 에너지가 넘쳐 떠들어도 지치지 않고 우울하지도 무기력해지지도 않을, 그럴 대화를 나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런 하루를 보낸다면 우리도 옛 어른들처럼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다면…’ 하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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