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문선생님의 신앙 깊은 한자 풀이

수원에 있는 중앙기독중학교의 박은철 교장은 '한문'을 통해 제자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특별한 수업을 해왔다. 그가 최근에 <한자는 즐겁다> (뜨인돌 펴냄)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유독 그의 신앙이 녹아 있는 한자풀이가 많다.


수원에 있는 중앙기독중학교의 박은철 교장은 ‘한문’을 통해 제자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특별한 수업을 해왔다. 한문을 전공한 그는 만화도 그리고, 동서고금과 삼라만상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이런 관심이 문학, 역사, 철학, 시, 서, 화는 물론 자연과학, 음악, 미술, 체육에다 통속적 유머로까지 널리 뻗어 간다. 사람들은 그를 ‘21세기형 르네상스적 지식인’이라고 부른다.

그가 최근에 <한자는 즐겁다>(뜨인돌 펴냄)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유독 그의 신앙이 녹아 있는 한자풀이가 많다. 박은철 교장의 한자풀이 몇 가지를 살짝 맛보는 것으로도 즐거운 신앙공부인 셈이다.
다음은 그의 한자풀이를 요약했다.


#容恕(용납할 용, 용서할 서)
恕는 如(같을 여)에 心(마음 심)을 더한 글자이다. 그래서 진정한 容恕란 용서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의 마음과 같아지는 것이다.
예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원수를 사랑하리라고까지 가르쳤다. ‘容’(용납할 용)은 집(?) 안에 골짜기(谷)처럼 넓은 공간이 있어서 담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容恕는 증오와 반목, 질시가 횡행하는 요즘 시대에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덕목이다.


#射倖(쏠 사, 요행 행)
射는 활시위에 화살을 메기는 모양을 본뜬 글자. 그래서 화살이 몸에서 떠나 사물에 닿다, 즉 쏘다, 맞히다의 뜻을 지녔다. 倖은 人에다 幸(다행 행)을 합친 글자로 요행을 뜻한다. 따라서 射倖이란 말은 요행을(倖)을 노리는(射) 것이고, 그런 것을 기대하는 마음을 사행심(射倖心)이라고 한다.

문제는 정부의 사행산업에 빠져드는 계층이 주로 저소득층이라는 점. 그러니 고소득층에게서 거둬야 할 세금 대신 저소득층에게서 거둔 수익금으로 저소득층을 위해, 그것도 아주 조금 생색내는 꼴이다. 요행수(僥倖數)로 인생대역전을 꿈꿀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의 현실이 가슴 아프다.
이들을 위해 기도한다.


“O God, to those who have hunger give bread and to us who have bread give the hunger for justice."(오 하나님, 굶주린 자에게 빵을 주시옵고, 빵을 가진 우리를 공의에 주리게 하소서.)


#饑餓(주릴 기, 주릴 아)
굶주림을 뜻하는 饑餓의 부수는 당연히 먹을 식(食)이다.
학철부어(수레바퀴 자국의 고인 물에 있는 붕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곤궁한 처지나 다급한 위기를 비유하는 말로, 한 바가지의 물이면 살아날 수 있는 것을 두고 “월나라에 가서 서강의 물줄기를 밀어내어” 주겠다는 식의 엉뚱한 대안을 비꼬는 말이다.

성경은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며 네게 있거든 이웃에게 이르기를 갔다가 다시 오라 내일 주겠노라 하지 말며” 하였다. 이웃의 굶주림은 우리의 수치이다.


#仙人掌(신선 선, 사람 인, 손바닥 장)
200여 년 전, 아메리카 대륙에서 해류에 밀려 건너와 한림해안에 뿌리내린 仙人掌들은 손바닥을 닮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손바닥 선인장’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仙人掌은 잎을 내지 않기 때문에 수분의 증산(蒸散)이 적다.


숨구멍이 매우 작고, 몸에 많은 물을 저장해 두니, 생존에 필수적인 물이 부족해도 거뜬히 살아간다. 이런 당당한 모습에서 고독한 제왕의 모습을 떠올린 사람들은 패왕수(천하의 패권을 잡은 군왕 같은 나무)라고도 불렸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仙人掌을 두신 이유는 아무리 세상이 메말라도 고사(枯死)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가르침을 주시려는 것이 아니었을까?


#爬蟲類(긁을 파, 벌레 충, 무리 류)
뱀처럼 몸이 건조한 각질로 덮여 있고 배 부분의 딱딱한 비늘을 세워 땅을 긁듯이 지나다니는 동물들을 爬蟲類라고 한다.
爬蟲類의 대표선수는 뱀이다. 성경은 뱀처럼 지혜롭게, 비둘기처럼 순결하게 살라고 권면한다. 뱀의 지혜는 치밀한 사태파악과 신중한 움직임, 매년 허물을 벗고 새 몸을 갈아입는 자기개혁, 동면을 위해 먹이를 섭취하는 예비성, 뼈가 있으나 없는 듯 움직이는 유연함을 의미한다.


정리=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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