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효과로 기상이변 빈번

날씨가 추워지면 호빵이 잘 팔린다. 찌는 듯한 더위는 에어컨 판매율을 신장시킨다. 코카콜라와 펩시 같은 음료업체는 1~2도의 온도 차이로 수억 달러 매출 차이가 발생하기도 한다. 날씨만 잘 알아도 소비자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다. 새삼 날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온실효과로 기상 이변이 빈번해지면서 정확한 기상 정보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는 환경운동가와 정부의 재난재해대책 당국뿐 아니라 산업 종사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지구온난화가 우리 발등에 떨어진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최근 국내 최대 의류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사내 전산망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의류사업에서 계절상품을 기획하면서 장기 기상예보를 활용하는 건 기본이 됐다. 아예 고정생산 물량을 줄이고, 날씨 변화에 따라 일주일 내 대응이 가능한 기획생산(QR)에 치중하는 의류업체가 늘고 있다. 한 여름 반팔 옷을 준비하다가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면 일주일 안에 팔만 길게 만들어내는 식이다. 사계절 구분이 사라지고 봄여름, 가을겨울 등 두 계절 이상 입을 수 있는 제품도 늘어나고 있다. 의류업체 반달 앤 컴퍼니의 김진화 기획실장은 “미국 패션업체들은 기상전문가에게 날씨 조언을 받고 날씨 손해보험에까지 가입하고 있다”며 “날씨에 맞게 옷을 입는 ‘웨더 코디’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는 기상변화에 따라 각광 받을 산업 4가지를 꼽기도 했다. 지하쇼핑몰,돔구장 등 실내공간 비즈니스와 실내공기,온도,습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실내환경 비즈니스, 날씨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을 해소하는 스트레스 해소 서비스, 예측 못한 비에 대비하는 생활방수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영국 기상청 메트오피스(Met Office)는 지난 8월 세계최초로 향후 10년 간 연간 기상예보를 발표했다. 해수면온도와 태양변화, 화산활동 등을 정밀측정 해 반년마다 기상예보를 업데이트하는 첨단 시스템도 갖췄다. 이를 활용해 거대 소매업체 마크앤스펜서는 날씨걱정을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날씨에 맞게 식품,의류 주문을 사전 계획한 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메트오피스컨설팅(MOC)은 “10년은 기업들에게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중요한 기간”이라고 밝혔다. 메트오피스는 상업적 기상 정보 비즈니스로 2005년에 290만파운드(약 540억원)의 순익을 올렸고, 작년엔 390만파운드의 이익을 남겼다. 메트오피스는 5년 뒤인 2012년에는 매출이 1200만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기상산업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을 넘고 있다. 일본에서는 3000억~4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상산업 규모가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에 투자할 경우, 투자액 대비 10배 이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는 가구 당 기상예보에 16달러를 쓰고 있으며 그 효과는 100달러를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건설,운송,농업 등 기상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산업이 GDP의 52%로 미국 42%보다 높으며, 기상에 대한 투자가 20배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미한 수준인 국내의 민간부분 기상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기상산업진흥법’ 제정도 추진 중에 있다. 바야흐로 날씨정보가 곧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조선일보 전국뉴스부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