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특별한 절기가 오면 그 절기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의 현장과 결부하여 또 그 의미를 추적해 봅니다. 2010년 부활절을 맞으며 다시 부활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과 사고와 말들을 살폈습니다. 그리고 ‘한 사람’의 가치를 생각하였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거기 있었더라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슬픔을 막고,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었더라면…, 그런 생각을 한 것입니다.

소설 ‘동의보감’에는 허준의 스승 유의태가 등장합니다. 의술을 배우기 위하여 유의태의 집으로 들어온 허준에게 약초를 캐오게 합니다. 그러나 허준이 캔 것은 약초가 아니라 그저 풀이었습니다. 그러나 유의태는 다른 모든 수련의들에게 허준을 칭찬합니다. 허준이 캔 것이 비록 풀이었으나 그 풀조차 산삼 다루듯 귀하게 다룬 정성 때문이었습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약초 구별하는 것이야 며칠이면 된다, 그러나 이런 정성 없이는 의원이 될 생각을 하지 마라는 것이지요.

그런 한 사람을 생각한 것입니다. 제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완성의 경지로 이끌어가는 그런 사람을 생각하였습니다. 그것이 부활의 의미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십시오. 생명을 희생하여 생명을 살린 예수님의 십자가의 도는 우리를 향하여 인생을 건 헌신을 요청합니다. 그 정신은 무엇보다 진정성입니다. 우리 안에 이 깊은 진정성 없이 인생을 살 수는 없습니다.

자신의 일이 곧 자신의 인생을 투여한 생명 같은 것이라 여겨야 합니다. 마치 한 분야의 달인 같은 장인의 모습입니다. 디자이너 정구호 씨는 장인정신을 이야기하며 “장인의 본령이라면 물건의 철저한 정리와 마무리이다. 장인이란 뭔가 더 붙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불필요하고 기본 정신에 맞지 않는 것들을 정리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불필요한 것들로 덕지덕지 휘감고 있는지 모릅니다. 너무 많은 것을 가졌고, 너무 오래 지체하였고, 너무 사치스럽게 생각하는지 모릅니다. 그것을 정리하고 제거하는 일이 오늘 우리가 부활의 의미로 삼아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를 지키는 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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