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 선수와 이상화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면서 이번 신문을 마감합니다. 참 기분 좋습니다. 세상에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종목을 남자와 여자 선수들이 모두 우승했다니 박수가 저절로 나오네요.

그러다가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생깁니다. 두 사람 모두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는 비인기 종목의 국가대표였으니 남모르게 소외되었던 시간이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어 마음이 짠해집니다. 게다가 저 같은 사람은 그들이 금메달을 따기 전에는 단 한 번도 그 종목이나 선수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으니 더욱 낯이 뜨겁습니다. 물론 “1등만 기억하는” 참으로 못된 언론들이 혼쭐나야겠지요.

그래서 메달을 놓친 선수들의 이름을 한 번씩 다시 읽습니다. 그들 중에는 참 오랜 세월 동안 올림픽에 참여했으나 금메달을 놓친 이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땀이 하나둘 영글어서 오늘의 금메달로 꽃피었음을 꼭 기억하고자 합니다. 그들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참으로 무례한 상업광고를 게재해 빈축을 싼 나이키의 정서와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은 은메달을 획득한 게 아니라 금메달을 놓친 겁니다”(You don't win silver, you lose gold), 그렇게 광고카피를 붙인 사람들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부끄러운 일이 또 있습니다. 며칠 전 쇼트트랙 종목에서 우리나라가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할 수 있었는데 그리하지 못했다며 이호석 선수를 욕했던 일입니다. 최선을 다해 뛰다 실수를 한 선수를 향해 욕심이 과했다고, 메달을 싹쓸이하지 못해 억울하다고 그를 욕했으니까요. 하지만 금메달 아니면 기억도 안 해주는 세상인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에게 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금메달을 따고자 애쓴 선수에게 욕을 한 것입니다. 게다가 알고 보니 이호석 선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서 우리를 즐겁게 해준 고마운 선수였는데….

그런 선수의 미니홈피에 하루 30만 명이 들어가 1000건이 넘는 비판글을 쏟아낸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제가 그 중 한 사람인 듯하여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 그 만큼의 뜨거운 열정이 있다면 그 열정으로 금메달 아니면 ‘루저’라는 식의 생각을 만들어내고 있는 언론들을 향하여 따끔한 비판글을 쓰는 게 공정하고도 옳을 듯싶습니다. 또 금메달에만 치우친 연금지급방식도 얼마나 유치하고 공정하지 못한지 따져 물어야 맞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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