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헐버트 공사’로 더 잘 알려진 사람 ‘호머 헐버트’는 고종의 밀사로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장으로 달려간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대학교 총장을 지낸 아버지와 대학 창립자 집안의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이수한 그는 동서양을 꿰뚫는 천재적인 역사학자이자 정열적인 민권운동가였습니다. 그가 조선 황실을 도울 사람으로 추천되어 우리나라에 온 것입니다. 그를 추천한 사람들이 선교사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 1949년 국빈으로 초대를 받아 내한하였다가 노환과 여독으로 일주일 만에 소천합니다. 그리고 양화진 외국인 묘지에 묻혔습니다. 헐버트 박사는 평소 “나는 웨스트민스터 사원보다 한국 땅에 묻히기를 소원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지극한 한국 사랑을 보여주신 분이었습니다. 한자나 한글이 조선인만큼 능하였던 분이라는 점이 더욱 와 닿습니다.


그렇게 우리보다 더 우리 역사와 우리 민족을 사랑한 사람, 헐버트 박사가 쓴 한국역사서 ‘한국사 드라마가 되다’가 우리 곁에 왔습니다. 우리 역사를 조선 사람의 눈과 가슴으로 써내려간 책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잊고 있거나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사건들을 사료를 바탕으로 소설처럼 서술하여 독자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병자호란 막바지에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나와 청나라 태종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을 묘사한 부분은 김훈의 소설 ‘남한산성’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러일전쟁의 최대 격전지였던 제물포해전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합니다.


학자들은 근대사에 관한 상세하고 정확한 서술에서 그의 책이 독보적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는 조선 후기 조선에서 생활한 장본인입니다. 이 책은 후대의 평역이 아닌, 당대의 살아 있는 기록들의 총합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우리 역사자료들을 없애버렸기 때문에 많은 사료가 유실된 지금에 와서는 아무리 훌륭한 학자라도 그 당시의 역사를 헐버트 박사만큼 쓸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주님 오신 이 계절에 헐버트 박사를 생각하는 까닭은 그를 통해 누군가의 선한 사마리아인이 된 성도의 모습을 그려보기 위해서입니다. 동방의 어느 가난한 나라를 사랑한 사람, 그 사랑의 깊이를 더하기 위하여 그들의 속살 깊은 곳까지 공부하고 기록하였던 사람, 그래서 그들을 위해 역사의 교훈을 이야기하고, 또 역사의 방향까지 이야기한 사람,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유와 독립을 위하여 목숨을 건 일도 서슴지 않았던 사람, 바로 그런 사랑이 2000년 전 우리에게 오신 주님의 사랑과 참 많이 닮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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