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바이올리니스트였습니다.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과 우아한 모양새에 반하여 20년을 넘게 한 몸처럼 지냈습니다. 대학에서도 바이올린을 전공하였고, 졸업 후에는 시립교향악단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습니다. 8년 쯤 지났을 때 그녀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왼손가락에 이상이 찾아온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인생은 때로 그런 막다른 골목으로 우리를 몰아가나 봅니다.


그녀는 곰곰 생각하며 이제 또 가야 할 길을 선택합니다. 바이올린 제작자의 길입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바이올린 제작학교를 찾아 먼 길을 떠납니다. 낯 선 언어와 낯 선 풍경들, 쉽지 않은 배움의 길이 그녀 앞에 버티고 섰지만 다시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마에스트라 자격을 얻습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하나의 문이 열린다고 하지요. 낯 선 풍경의 이탈리아에서 낯 선 사람들과 살아가며 그녀는 친할머니처럼 살갑게 대해준 집주인 할머니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카푸치노를 만드는 커피가게의 부부, 페루지아와 크레모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국의 풍경들까지…,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을 만납니다. 그렇게 인생을 돌아보니 느리면서도 노래하듯 흘러왔습니다. ‘안단테 칸타빌레’라는 악상기호가 있지요? 느리게 노래하듯…. 그녀는 그래서 이런 고백을 합니다.


“세상일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으며 인생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시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게임도 아니다. 하나의 바이올린이 완성되기까지 단풍나무는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뎠을 것이며, 전나무는 대못처럼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오롯이 제 몸을 맡겨 성장해나갔을 것이다. 그처럼 오늘 하루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느리더라도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 그리고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노래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삶이라는 악보를 연주해 나갈 것….”
‘내 인생 안단테 칸타빌레’라는 책은 그녀의 느리고 노래하듯 흘러온 인생이 얼마나 행복하고 따뜻하였는지 말합니다. 내 인생의 속도를 알려주는 계기판을 봅니다. 과속입니다. 빠른 것이 행복하거나 따뜻하지는 않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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