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달려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노라”(빌 3:12~14).

IMF의 후유증으로 국민들이 지쳐 있을 때 용기와 희망을 준 사람은, 저수지 해저드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맨 발로 물속에 들어간 박세리 선수였다. 모든 상황이 불리한 순간에도 강인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침착하게 경기를 이끌어 마침내 메이저 대회의 챔피언이 된 그녀를 보며 우리는 그때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으리란 믿음을 가졌다.

금융위기로 그때의 위기가 재연되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나타난 또 한 명의 ‘희망요정’이 김연아 선수다. 우리는 그녀에게 열광하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김연아 선수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대부분이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그녀의 가장 라이벌로 꼽는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이다. 피겨스케이팅 순위는 선수의 기술과 표현에 대한 평가로 결정된다. 기술마다 그에 해당하는 점수가 이미 책정이 되어 있다. 그러므로 김연아 선수는 10점 만점 기술에 도전하면 된다. 아사다 마오가 9.5점이든 9.9점이든 상관할 필요가 없다. 김 선수가 10점 기술에 도전하여 만점을 받는 순간 이미 메달의 색깔은 결정된다. 따라서 김연아의 실제 경쟁상대는 10점 만점의 기술에 도전하는 자기 자신이다.

바울사도는 어느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았다. 베드로도 요한도 아볼로도 경쟁상대가 아니었다. 오직 자신의 10점 만점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이미 이룬 것에 대해 어떤 미련이나 만족도 갖지 않았다.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달려갈 뿐이었다.

DID는 외부의 어떤 경쟁상대를 향해 들이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 바로 나를 향한 들이댐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 생각할 수 있는 나, 다른 이들과 끝없이 비교하며 열등감에 빠질 수 있는 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이리 저리 비틀거릴 수 있는 나를 향해 들이대는 것이다. 나만의 10점을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가는 것이다.


송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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