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화창한 어느 날, 2명의 그리스도인 미술 작가를 만났다.
서양화가 김주철 작가와 도예가 윤석경 작가는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앞으로의 날들이 설레고 기대된다”고 한 목소리로 말했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 주어진 일을 ‘소명’으로 생각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빛의 향기’
김주철 작가- 점묘주의 화법으로 사물 고유의 ‘향기’ 표현


김주철 작가(47세)의 작품은 뭐랄까, 마치 하늘에 흩뿌려진 오만색상의 색종이가 캔버스로 고스란히 쏟아진 느낌이다. 작은 색 점을 찍어 그림을 완성하는 점묘주의 화법이다.

김 작가는 2006년부터 점묘주의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예수와 성경 속 인물들을 틈틈이 그려온 그는 직접 보지 못한 것을 함부로 그려선 안 되겠다는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색과 색이 섞이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키는 점묘주의 화법이 기독교 미술에 더욱 효과적일 것이란 판단에 이르렀다.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무수한 색 점의 조화는 감상자의 눈에 색채라기보다 빛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김 작가는 그 ‘빛’을 자신이 사물에서 찾은 ‘향기’라고 표현한다.

“하나님이 창조한 모든 사물에는 고유의 향기가 있습니다. 저는 캔버스 위에 색 점을 사용하여 이 향기를 표현합니다.”
무수한 점으로 이미지를 나타내는 작업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점 하나가 분위기를 깨뜨릴 수 있어 색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힘 있게, 알맞은 크기로 찍어내야 한다. 그래서 김 작가는 작품에 좋은 ‘향기’를 담기 위해 오랜 시간 자신과 ‘행복한 싸움’을 펼친다.

▶김주철 작가의 ‘빛의 향기’ 전은 4월 11일부터 20일까지 계원예술고등학교 ‘벽강갤러리’에서 열렸다. 김 작가는 2006년부터 부활주일 전 날부터 일주일 여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이번 ‘빛의 향기’ 전에는 점묘주의 화법으로 표현한 해바라기와 장미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부활의 고백’
윤석경 작가- 도예작업 통해 느끼는 ‘연단하시는 하나님’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의 의지와 바람의 결과이지만, 도예작업은 꼭 그렇지 않다. 뜨거운 불속을 두 번, 세 번씩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에, 때로는 일그러지기도 하고 기대 이상의 멋진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

올해로 60세, 불 속에서 연단의 과정을 30여년 지켜보며 윤석경 작가는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다.

‘실투성이인 내가 도예작업을 하게 된 것은 주의 뜻이 아닐까? 주님께서 필요로 하시는 소박한 질그릇이 되기 위해 내 자신도 거듭 다듬어지면 좋으련만….’

보통 새벽기도를 마친 후 작업을 시작하는 윤 작가는 작품에 여러 색상의 유약을 바르고 닦아내고, 불 속에 집어넣는 과정을 여러 날 반복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돌처럼, 쇠처럼 단단해 보이고, 색상도 여러 색상이 어우러져 흙의 느낌 그 이상이다.

“완성의 과정이 어렵고 늦을수록 성취감은 배가 되고, 기쁨의 맛은 더욱더 그윽합니다.”

요즘 윤 작가는 ‘오병이어’와 성경말씀을 작품 속에 새기며 이따금 “진짜진짜 행복하다!”고 외친다. 늦은 나이에 흙 작업을 통해 신앙을 표현하고, 더불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음에 대한 감사의 고백이다.

▶윤석경 작가의 ‘부활의 고백’ 전은 4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지구촌교회 수지갤러리(031-264-9191)에서 열린다. 조합토와 무광백유, 철사, 밤매트를 사용한 ‘오직부활’과, 브론즈 작품 ‘고난의 십자가’ 등 윤 작가만의 독특한 도예작품을 무료감상 할 수 있다.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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