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절대로 막다른 골목이란 없다. 인간은 음악적인 능력, 대인관계적인 능력, 자기 성찰적 능력, 운동 기능적 능력,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 등 이른바 무수하게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다.

요즘 국내 각 대학들은 소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개발 잠재력을 가진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기 위한 연구에 분주하다. 입학사정관제는 종래 몇 점의 수능 성적만으로 대입 당락이 좌우되는 폐단을 조금이나마 줄이고 가치관이나 지도력, 특별한 재능과 잠재능력, 그리고 사회봉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학생들을 전인적으로 평가해서 선발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다. 전문성과 공정성만 확보된다면 바람직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의 교육은 학생들의 성취도를 올바로 평가하지 못했다. 대부분의 경우는 학생의 언어적이며 수리적인 능력만을 평가해서 등급 지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인간은 언어능력과 수리능력만 가진 존재가 아니다. 인간은 음악적인 능력, 대인관계적인 능력, 자기 성찰적 능력, 운동 기능적 능력,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 등 이른바 무수하게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의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 이론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다양성과 통일성, 아름다움과 역동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인간의 능력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이 단지 한두 가지의 능력만 가지고 태어난다면 다양한 문화의 발전은 불가능할 것이며, 이 세상은 참으로 단조롭고 무미건조해질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무수하게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므로 어떤 아이가 영어나 수학을 잘 못한다고 해서 ‘성공하기엔 영 걸러먹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에게는 막다른 골목이란 없다. 한 가지 잣대만으로 우리의 자녀들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오만한 도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제 아동은 없다. 단지 문제 부모와 문제 교사만 있을 뿐이다”라고 설파한 자유주의 교육운동의 선봉자 니일(A. S. Neill)의 말은 설득력을 얻는다.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언약의 자녀들의 교육에 관심을 갖는 부모들은 복음서의 달란트 비유를 다시금 생각해 보길 권한다. 우리의 자녀들은 저마다 독특한 달란트(재능)를 가지고 태어나며, 아무런 재능도 갖지 않고 빈 깡통으로 태어나는 자녀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심은 몇 달란트를 받았느냐에 있지 않고, 받은 달란트를 얼마나 신실하게 잘 사용하였느냐에 있다.

우리의 자녀들은 의술을 통해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한 장기려 박사와 같은 존경받는 의사도 될 수 있고, 박지성이나 박태환, 김연아처럼 온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는 위대한 운동선수도 될 수 있고, 김수환 추기경이나 가나안 농군학교를 설립한 김용기 장로처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위대한 인물도 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자녀들을 신뢰하고 사랑하는 일부터 회복하자. 하나님은 우리에게 텅 빈 깡통 같은 자녀들을 맡겨주시지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고귀한 존재로서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보존하며 발전시켜 갈 문화적 사명을 갖고 태어난 하나님 나라의 사역자들이다. 부모들이 청지기로서의 가치관과 자세를 가지고 자녀들을 신뢰하고 사랑하며 기도로 양육하기만 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자녀들을 세밀하게 인도하시고 책임져 주실 것이다.


김성수 총장(고신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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