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라, 남자’ 재미있는 말이죠? 책 제목이에요. ‘봄을 기다리는 달’ 2월에 참 어울리는 제목이지 싶어 집어 들었습니다.

오랜 도시생활 속에서 몸과 마음과 관계가 시들 대로 시들었을 때 지은이는 도시를 정리하고 지리산 아랫마을 어느 공동체로 숨어들었습니다. 그 뒤로 10년 넘게 농촌에서 농사짓고, 집 짓고, 밥 지으면서 살았더니 도시에서 살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봄날의 꽃처럼 활짝 피어 있더라는 이야기입니다.

몸이 핀다는 말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게 됨으로써 몸의 리듬이 제 자리를 찾았다는 말이었고, 그랬더니 자기 안에 잠자던 수많은 감각들이 살아나더랍니다. 입맛이 돌아 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리듬에 몸을 맡겼더니 춤이 되더랍니다. 피기 시작한 생활은 이제 헝클어진 관계를 새로이 회복시킵니다.

아내에게 늘 미안하고 주눅 들었던 마음이 농사짓고 집 짓고 아내의 일까지 함께함으로써 이제 자신감이 생기고 여유가 깃들더니 아내의 생일에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합니다. 참 오래된 삶의 습관들이 살아나고 때로는 투정하듯 아내의 위로를 구하기도 합니다. 들길을 함께 걸을 땐 처녀 총각 때의 연애감정이 살아납니다.

아이들 양육은 언젠가부터 엄마의 몫이 됨으로써 나중에는 소외감으로 남았지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이 가까이 있는 아빠에게 학교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고, 엄마를 통하지 않고 아이들과 곧장 교육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아이들로부터 ‘아빠’의 자리를 회복하기도 합니다.

올해 쉰둘인 지은이 김광화 씨가 활짝 피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잊고 살아옴으로써 마치 가뭄 들어 말라버린 듯한 시냇물을 봅니다. 푸르고 맑게 흘러야 할 시내입니다. 온 대지를 적시며 꽃을 피워야 할 생명의 물길입니다. 하여 큰 목소리로 외쳐봅니다. ‘피어라, 우리 삶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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