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야는 요단 강 건너가 불수레와 불말들이 날뛰는 가운데 회리바람을 타고 승천하던 그때 비로소 인간적인 나약함을 이겼을 것이다. 부활의 소망 그리고 천국의 하나님이 나를 위하여 불수레를 준비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깨닫고 바라보는 자는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한 자일 것이다.

엘리야가 활동하던 시대는 북조 이스라엘 왕국의 종교적 암흑기였다. 기원전 930년경 초대 왕 여로보암이 금송아지를 만들어 이를 여호와의 형상이라고 말하면서 섬기게 만든 이후 역대 왕들이 이 종교 정책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기원전 870년경 아합 왕 시대에 들어와서는 왕비 이세벨의 고향 시돈에서 바알 신이 들어왔으며(왕상 16:31), 남조 유다에서 쓰다가 버린 아세라 목상까지 들어왔다(왕상 14:23, 16:33).

하나님 무서운 줄 모르고 선지자의 예언까지 철저히 무시하는 아합 왕 부부는 이와 같은 우상숭배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는 백성들을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스라엘 왕국 내에서는 선지자들의 씨가 마르고 남쪽 유다로 탈북하는 백성들이 늘어만 갔다. 이와 같은 시기에 동북면 길르앗에 살고 있던 디셉 사람 엘리야가 팔을 걷어부치고 일어섰다.

선지자 엘리야를 내세워 아합 왕 부부를 상대하게 하신 하나님은 크신 하나님이셨다. 그분은 3년 동안 땅을 가물게 하시고, 엘리야가 기도하자 하늘에서 큰 비가 쏟아지게 만드셨다(왕상 17:1, 18:1, 44). 또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리게 하여 제단 주위를 몽땅 태워버리셨다(왕상 18:38). 더욱이 바알 선지자 450명을 주살하도록 백성들에게 용기를 주셨다(왕상 18:22,40). 그리고 엘리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사르밧 과부의 죽은 아들을 되살리시는 기적까지 보여주셨다(왕상 17:21-23). 선지자 엘리야를 통하여 이와 같은 강력한 증거를 보여주신 하나님은 “하나님 말씀의 진실성”(왕상 17:24)을 만백성이 깨닫고 여호와 신앙을 회복하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아합 왕과 왕비 이세벨은 마음을 돌이키지 않고 오히려 엘리야를 잡아 죽이겠다고 나섰다(왕상 18:1-2). 생명의 위협을 크게 느낀 엘리야는 사십 일 동안 남쪽으로 도망쳐서 시나이 반도 끝에 위치한 호렙 산에 이르렀다. 그곳에서 모세의 하나님을(출 3:1-10) 만나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러자 하나님은 인간 엘리야의 나약함을 보시고서 다음과 같이 쉬운 일 세 가지만 부탁하셨다.

엘리사에게 기름 부어 후계자로 삼아라(왕상 19:16). 하사엘에게 기름 부어 새 아람 왕으로 삼아라(왕상 19:15). 군대 장관 예후에게 기름 부어 새 이스라엘 왕으로 삼아라(왕상 19:16). 이 가운데 엘리야가 제대로 행한 것은 후계자 엘리사를 선택한 것뿐이다. 기타 임무는 엘리사가 그의 생도와 함께 훗날 수행하게 된다.

그렇다면 엘리야는 언제 이와 같은 인간적인 나약함을 극복했을까? 그때가 바로 요단 강 건너가 불 수레와 불말들이 날뛰는 가운데 회리바람을 타고 승천하던 때일 것이다(왕하 2:7-11). 이 광경을 지켜본 제자 엘리사는 평생 동안 승천의 소망 가운데 인간적인 나약함을 벗어버리고 갑절의 영감을 지닌 선지자로서 훗날 이스라엘 왕국에 우뚝 서게 되었다.

 

손진길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