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를 아시지요? 걸음은 느리지만 게으름 피지 않고 꾸준히 제 길을 걸었던 거북이가 꾀 많고 빠른 토끼를 이겼지요. 최근에 읽은 한 책에선 “하지만 정말로 거북이는 토끼를 이긴 것일까?” 질문하고 있습니다. 토끼가 방심한 탓에 스스로 자처한 패배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기 전에 토끼는 이미 자기 자신에게 진 것이고, 거북이는 정신력으로 자기 자신을 이긴 것이라면, 제대로 경쟁을 했다면 거북이가 토끼를 이기는 경우는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다, 그런 얘기지요. 그래서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 다른 사람과의 경쟁 이전에 우선 자기 자신과 경쟁해야 하는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됩니다. 나를 이기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과 경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란 교훈이지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서점가엔 다시 경제 경영서적이 ‘치열한 경쟁’과 ‘글로벌 경쟁’을 부추깁니다. 그런데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까닭이 토끼와 거북이의 경우처럼 밖에 있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먼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대처능력이 달라지겠지요.

기업의 모델로 많이 인용되는 도요타의 도요타 쇼이치로(豊田章一郞) 명예회장의 말 곧, “도요타에 강점이 있다면, 그것은 착실하고 성실하게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뿐이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캐논이라는 기업도 그런 사례를 보여줍니다. 주력 복사기를 출시하기까지 18년, 레이저 프린터는 21년, 오토포커스 카메라는 22년, 프린터는 26년이라는 시간이 들어갔다고 하니 결코 시류에 영합해서 손쉽게 성공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직하게 제 길을 걸어가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외부의 변화무쌍한 환경을 초월할 수 있는 오래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브라함이 그렇고, 이삭이 그렇고, 야곱이 그렇고, 요셉이 그렇습니다. 당장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세상은 요란하지만, 도도히 흐르는 하나님의 시간 속에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면 결국 하나의 순간이고 과정일 뿐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는 우리의 마음가짐이 그리 튼튼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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