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마음씨에 신령한 꿈 가졌으나 쌍둥이 아들 사이에서 아픔의 나날 보내

리브가는 따뜻했다. 목마른 자에게 물을 건넬 줄 아는 여인이었다. 멀리 가나안에서 친척 아브라함의 청지기 다메섹 엘리에셀이 찾아 왔을 때(창 15:2, 24:2) 처녀 리브가는 우물가에서 물을 길어 노인인 엘리에셀과 함께 목마른 낙타를 위해서도 물을 준비하였다(창 24:18-20). 그런 따뜻함을 가진 여인 리브가는 이웃을 사랑하고 생명 가진 짐승까지 돌볼 줄 알았다. 하나님의 복을 받을 만한 여인이었다(창 1:26-28, 막 3:4, 9:41, 12:31). 이런 아리따운 마음씨 때문에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의 눈에 들었고, 이삭의 아내를 찾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하였다.

#따뜻한 리브가

아브라함의 청지기 노인 엘리에셀은 나홀의 성을 방문하게 된 까닭을 설명하였다. 그는 또 아브라함이 어떻게 가나안에 정착할 수 있었는지, 또 어떻게 하나님의 방백으로 이방 땅 가운데 우뚝 설 수 있었는지 설명하였다. 리브가에게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가슴 벅찬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방 땅에서 겁 없이 제단을 쌓고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는 아브라함 일가들(창 12:7-9), 그들의 인생과 동행하시는 하나님(창 12:1-5)…, 리브가의 마음은 어느덧 그 위대한 인생을 살고 싶은 동경으로 출렁거렸다. 신랑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이삭의 아내가 되고자 낯선 노인을 따라 먼 길을 떠난 까닭 또한 그 때문이었다.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시집은 하나님의 말씀으로 풍성하였다. 기도의 제단은 꺼지지 않았다. 남편 이삭은 평생을 묵상과(창 24:63) 기도(창 25:21)로 살아온 신실한 사람이었고, 고난을 딛고 끝내 우물을 파며 하나님께 제단을 쌓을 줄 아는(창 26:25) 하나님의 방백이었다. 이 위대한 가문에서 살아가는 동안, 세월은 그녀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귀를 열어 주었다.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는 약속의 아들이 첫째가 아니라 둘째라는 예언의 말씀을 들은 것이다(창 25:22-27). 예언 대로 첫째 에서는 들사람으로 자랐고, 야곱은 하나님의 장막을 떠나지 않았다. 하나님의 제단과 장막을 사랑하여 출가한 리브가였으므로 야곱을 더 사랑하였다(창 25:28).

#슬픈 어머니 리브가

가부장사회였다. 장자로서 차기 족장이 될 에서보다 야곱을 지지한 결과는 리브가에게 아픔으로 다가왔다. 연로하여 눈까지 어두워진 남편 대신 에서가 집안일을 관장하게 되면서 리브가는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였다(창 27:1). 에서는 이방 족속의 딸들을 아내로 삼았다. 부모의 가슴은 못을 박는 듯 안타까웠다. 리브가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재산은 어쩔 수 없더라도 장자의 축복권마저 에서에게 넘어가는 것만은 막아야겠다, 작심했다. 리브가는 조바심 끝에 꾀를 내어 그녀의 작심을 성사시켰다. 그녀의 개입은 그러나 하나님의 징벌을 불러왔다. 사랑하는 아들과 생이별하였고, 생전에는 다시 상면하지 못하였다(창 35:8, 27-29). 선한 목적은 방법까지 선해야 한다는 하나님의 뜻 앞에서 그녀는 결국 슬픈 어머니의 삶을 견뎌내야 했다. 그렇다고 리브가의 일생까지 덧없지는 않았다. 하나님께선 그녀를 믿음의 조상들이 묻힌 막벨라 굴에 안장해 주셨다(창 49:31). 그녀의 삶을 귀히 보신 결과였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