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더욱 커피향이 좋습니다. 많은 생각들을 불러내는 그 향은 마치 누군가의 마법이 작동하는 듯합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저마다 정해놓고 들르는 카페가 있지요. 그 카페의 주인으로부터 듣는 이야기에도 귀기울일 만합니다.

제가 다니는 커피가게 주인은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저는 커피로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더불어 웃고 울며 세상을 나누죠.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보내요. 때때로 커피에게 말을 걸고, 커피로 이야기를 만들고, 커피로 세상과 소통하기도 해요. 향기로도, 혀로도, 눈으로도 커피를 즐기죠. 커피는 저에게 사람을 데려다주고, 세상에 작은 마음을 나누도록 합니다. 커피는 더불어 사는 것이 무엇인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고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기도 해요. 저는 커피와 더불어 지혜롭다는 것과 깊이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있어요.”

사람은 죽어서 천국 가기를 원하지만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은 코스타리카로 가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맛깔 난 신맛의 비밀이 코스타리카 커피에 담겨 있기 때문이래요. 커피 한 잔을 음미하며 바람의 냄새, 바다의 냄새까지 찾아내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렇게까지 발달한 혀를 가지진 않았더라도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이 가을에 마땅히 생각하고 묵상해야 할 숙제들을 떠올립니다. 하늘의 햇살과 공기, 땅의 기운과, 수많은 사람들의 땀…, 그런 것이 어우러져 향이 되고 맛이 된다는 가르침을 깊이 새겨봅니다. 그러고 나면 감사의 기도가 드려집니다. 이런 감사의 빚을 지고 살아가는 인생의 자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가을은 이처럼 커피 한 잔에서도 큰 깨달음이 우러납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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