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와 화해

“내 사랑하는 자들아 너희가 친히 원수를 갚지 말고 하나님의 진노하심에 맡기라 기록되었으되 원수 갚는 것이 내게 있으니 내가 갚으리라고 주께서 말씀하시니라. 네 원수가 주리거든 먹이고 목마르거든 마시게 하라. 그리함으로 네가 숯불을 그 머리에 쌓아 놓으리라.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로마서 12장 19~21절)

요셉의 인품

성경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면모를 파악하다 보면 정상적이거나 성숙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하나같이 못나고 열등감이 심하고 그중에는 성격이상자도 꽤 있는 듯싶다. 물론 드물긴 하지만 간혹 훌륭한 인격을 갖춘 사람도 있긴 하다. 필자가 보기에 훌륭한 인품을 지닌 사람 중 하나가 바로 구약에 나오는 ‘요셉’이다. 그는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린 형들에게 복수하기보다는 용서함으로써 ‘선으로 악을 갚으라’는 성경의 메시지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자기중심적이었던 요셉

사실 요셉도 처음부터 이상적인 성격을 갖췄다고는 보기 어렵다. 아버지 야곱은 노년에 사랑하는 둘째 아내 라헬에게서 얻은 요셉을 유난히 편애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다 보니 요셉은 나이가 어려 미숙한 면도 있었겠지만 기고만장하고 교만한 면이 없지 않았다. 우리 속담 중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이쁜 자식 매 한 대 더 때려라’라는 말이 있다. 오냐오냐 키워진 아이는 자기중심적이고 공감력이 부족할 수 있다. 요셉도 예외는 아니어서 형들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거나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자신이 꾼 꿈의 내용을 자랑하듯이 아버지와 형들에게 눈치 없이 말하곤 하였다. 이러한 행동들은 이복형들의 눈 밖에 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형들의 인격도 부족했지만, 교만하거나 잘난 척이 심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이후 요셉은 형들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렀으나 결국엔 노예로 팔려 애굽으로 가게 되었다. 만약 요셉이 죽었다면 이스라엘 민족이 제대로 생겨날 수 있었을까? 후에 출애굽 사건이란 없었을 터이고, 그 어떠한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극적으로 요셉은 살아남았으며, 그로 의해 이스라엘 민족의 거대한 역사가 지속될 수 있었다.

고난 통해 성숙하게 변모

요셉은 노예 생활과 감옥에서의 역경을 극복하고 오히려 그러한 것들이 계기가 되어 총리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총리가 된 요셉은 오만불손하고 자만심에 빠질 만하였으나, 어렸을 때와는 달리 겸손하고 현명하게 행동하였다. 그는 식량을 구하러 애굽까지 오게 된 형들에게 충분히 복수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선으로 갚았으며 죽음을 죽음으로 갚지 않고 생명으로 갚았다.

고난이나 역경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난이나 역경 앞에서 좌절하기 쉽다. 그중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이전보다 훨씬 더 성숙하게 변모하여 인류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기기도 한다. 기독교인이라면 역경이나 순경(좋은 환경) 모두를 극복하고 성숙한 인격체가 되어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고난은 저주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반대로 고난이 엄청난 축복이 될 수 있다. 요셉이 바로 이런 경우이다.

입신양명과 같은 출세의 길은 인생에 있어 축복으로 여겨지지만, 대개 이와 같은 성공 때문에 오히려 삶 전체가 망가지기도 한다. 축복이나 고난이라는 현상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복을 누릴 수 있다. 어떠한 환경에서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거나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교만하지 않고 당당하게, 비굴하지 않고 겸손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인격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큰 축복이다.

인류 최초의 형제인 가인과 아벨은 가인이 ‘자신의 잘못된 충동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투사(投射)’라는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여 살인(죽음)이라는 비극을 맞이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열 두 부족의 시조가 된 열 두 형제는 고비가 있었지만 결국 요셉이 복수를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킴으로써 생명이 확장되어 한 민족이 출현하게 되었다. 승화(昇華)란 금지되거나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강한 욕구나 충동을 사회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가장 성숙한 마음의 방어기제이다. 미성숙했지만 하나님 안에서 변화된 요셉은 가족과 국가에서 아름답고 훌륭한 지도력(Leadership)을 보여주었다.

박재상

현직 정신과 의사(국립법무병원 의료부장)이자 목사(참빛침례교회 담임)로서 평택대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학제간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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