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4월, 성서공회 이야기

성서공회 앞에 걸린 행사 광고판, 출처 : <사진으로 보는 한경직 목사>

1910년 4월 2일. 한글 성서가 완역된 날이고, 그로부터 50년 뒤인 1960년 성서 완역 희년(50주년)을 맞이하였다. 희년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개념으로, 안식년이 일곱 번 지난 이듬해, 그러니까 50년마다 돌아오는 해를 뜻한다. 유대교에서는 희년이 되면 노예 해방, 채무 면제, 경작지 휴경, 온 식구들이 본래 자기의 땅으로 돌아가도록 했다. 기독교에서는 희년의 의미를 ‘예수 그리스도’와 연결시켜서 복음 사역에 적용했다.

성서공회는 이 정신을 받들고자 했다. 성서를 보급하면서 민족 복음화에 힘썼던 만큼, 성서번역 50주년을 맞이하는 것이 그만큼 의미 있고 중요했다. 하여, 1956년부터 ‘희년기념준비위원회’를 구성했고, 1960년 4월 2일에 기념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기념식은 하루 날을 잡아 이루어졌지만, 그 전후로 여러 활동들을 겸했다. 1960년 4월 1~8일에는 ‘성서 전람회’, 4월 2일에는 ‘기념식’, 4월 4일에는 기념 연극, 4월 5~7일에는 기념 논문집 발간 등을 계획하고 실행했다.

기념예배는 4월 3일 정동제일교회에서 드렸는데, 의미 있는 순서들이 이어졌다. 성서번역에 애쓴 인물들, 로스, 매킨타이어, 백홍준, 이응찬, 서상륜, 이수정,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의 삶과 신앙을 묵상함으로 예배가 시작되었다. 한경직 목사가 “영영한 기초”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는데, “성경을 주셨음은 이제 앞으로 우리 민족의 모든 정신적 기초가 영원히 무너지지 아니할 이 영영한 기초 위에 세우라는 하나님의 섭리”임을 강조했다.

이어서 기독교박물관장이자 기독교 역사학자인 김양선 목사가 성서 번역 약사를 소개했고, 이승만 대통령이 보낸 치사가 낭독되었다. “기독교의 성서를 우리말로 번역해서 완성한 것이 금년이 50주년이 되는 것을 축하하며, 그동안 꾸준히 많은 성서를 우리나라에 널리 보급시킨 대한성서공회”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성서공회는 활발하게 새로운 사업과 사역들을 진행해 나아갔다. 새번역, 공동번역, 개역개정판 성서 번역 및 보완작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한편,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성장한 한국교회에 발맞추어 전도지와 쪽 복음을 보급하는 일에 앞장섰다. 희년 행사가 ‘그 다음’을 위해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게 한 것이다.

이러한 희년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계승되어야 한다. 그간 복음을 위해 애쓴 사람들의 삶과 신앙을 칭송하고, 잔치를 벌이는 것, 그리고 그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 새 꿈과 희망을 품는 것. 성서공회의 1960년 희년 행사는 그렇게 지난 2000년 동안 사십 번의 희년을 맞은 교회와 성도들이 나아갈 방향과 길을 제시해 주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또 다른 희년, 다음 희년을 꿈꾸며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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