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내삼일교회 등 지역 거점 공유냉장고, 주민 호응

“우리 동네 냉장고가 있다고?”

집마다 있는 냉장고. 김치냉장고까지 포함하면 한 집에 보통 두 대 이상씩은 필수로 갖고 있는 가전제품이다. 그런데 냉장고가 ‘집 밖’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이름 하여 ‘공유냉장고’.

공유라는 말뜻에서 알 수 있듯 이 냉장고는 마을 한편에 위치해, 주민들이 오가며 함께 쓸 수 있도록 창안했다. 여름철 유원지나 공원에 설치된 공용 음료수 냉장고와 유사하다. 그러나 식수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물을 사시사철 언제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획기적이며 착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공유냉장고는 수원시가 공유 경제 차원에서 수년 전 창작·개발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음식으로 이웃과 정을 나누고, 어려운 이웃을 지역에서 스스로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자는 데 취지가 있는 것으로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나누고픈 음식(유통기한 3일 이상)이 있다면 들고 가서 공유냉장고 관리자에게 접수한다. 넣을 수 있는 음식은 과일, 식재료, 반조리식품, 조리식품, 완제품 등이다. 이어 기부 물품 접수대장에 간단 사항을 적은 후 냉장고를 열어 음식을 넣으면 끝.

음식을 가져가는 방법은 더 쉽다. 공유냉장고 앞을 지나다 그 안의 음식이 필요하다면 꺼내 가면 된다. 이렇듯 쉽고 편리하며 훈훈한 나머지 공유냉장고는 수원시에만 50여 대가 운영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130여 개에 달하는 등 계속 확산 중이다.

마을의 기쁨이 된 공유냉장고

“2년 전 공유냉장고를 처음 시작한 날, 마을 잔치가 열렸습니다. 동장님은 물론이고 새마을회장님, 부녀회장님까지 오셔서 공유냉장고를 환영하셨죠. 떡도 돌리고 모처럼 즐거움을 나눈 시간이었습니다.”

수원 31번째 공유냉장고를 운영하는 조태수 목사(버드내삼일교회ㆍ사진)의 말이다. 조 목사는 수원 공유냉장고시민네트워크의 대표직을 맡을 만큼 공유냉장고에 진심이다. 팬데믹 시절 교회를 개척한 때부터 지역 친화적인 목회에 집중해 왔다. 지역주민과 교류도 갖고,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을 주고 싶었던 그에게 공유냉장고는 ‘안성맞춤’이었다. 교회가 건물 1층에 위치해 그 앞을 오가는 주민들과의 접점을 마련하기 위한 아이디어 구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공유냉장고를 교회 앞 너른 공간에 설치했어요. 오가시는 주민들의 눈에 잘 띄게 말이죠. 반응이요? 너무 좋죠. 이용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고 미안하다며 반찬을 넣어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공유냉장고는 특히 교회가 운영하기에 잘 맞는 사역이라고 생각해요.”

공유냉장고, 시작하세요!

공유냉장고 초기에는 교회에서 음식을 구매해 냉장고에 넣어뒀다. 교인들도 십시일반 음식을 가져와 마중물 역할을 했다. 마을 자영업 사장님들도 음식을 기부하기도 하고 금일봉으로 감사를 표현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물건을 많이 가져가시는 얌체족들이 있어요. 그럴 땐 지역주민들께서 제지하시기도 하고 타이르시기도 합니다. 공유냉장고 운영은 교회에서 하고 있지만 주민들께서 이렇게 주인 의식을 갖고 참여해 주신답니다.”

공유냉장고를 시작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자체 산하의 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속협)에 공유냉장고 운영을 신청해야 한다. 신청 후 지속협이 현장 조사를 통해 냉장고 설치 위치와 24시간 전원 공급이 가능한지, 신청인(기관)의 운영 의지가 뚜렷한지를 확인한다. 이상의 조건에 맞으면 지속협은 공유냉장고 설치 후 관리(AS)까지 모두 무상으로 제공한다.

한 해 동안 냉장고 운영에 들어가는 전기료는 얼마나 될까? 버드내삼일교회의 경우 1만 원 정도라고 한다. 따라서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소규모 단체나 개척교회도 냉장고 운영이 가능하다. 조태수 목사는 “교회나 매장 등 공간 위치가 1층인 경우 공유냉장고 운영에 최적의 조건”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교회가 공유냉장고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섬기고 마음을 나누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12월 12일, 수원 유스호스텔에서 전국공유냉장고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한다. 현재 공유냉장고를 운영 중인 개인이나 교회, 단체들이 대거 참여해 생생한 운영 사례를 접할 수 있어 공유냉장고 운영에 관심 있는 교회나 개인에게도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지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수원지속협: 031-258-5965).

김희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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