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무대의 비하인드 영상

국내외 축구 리그를 챙겨보는 축구팬은 아니지만 국가대표 축구 A매치 경기는 챙겨보는 편이다. 솔직히 말하면 A매치 경기가 열린다고 하면 더 기대하고 챙겨보는 스포츠 콘텐츠가 따로 있는데 축구 국가대표팀 공식 채널의 영상이다. 이 영상을 본 게임보다 더 열심히 돌려본다.

국가대표 축구 선수들이 자신들의 진가를 발휘하는 본 게임도 충분히 흥미롭고 눈길을 끌지만 축구 실력 이외의(!) 면면을 발견할 수 있는 비하인드 영상이 나는 더 재미있다. 선수들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태도로 훈련장에 들어오는지, 대기하는 팬들에게 어떤 태도로 사인해주는지, 들어와서는 어떤 선수 혹은 스태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지, 훈련 중에 어떤 동료와 장난치는지, 감독은 어떤 얼굴로 선수들을 훈련시키는지, 주장은 선수들에게 어떤 말로 동기부여 하는지, 승리했을 때 그들은 라커룸에서 어떻게 이를 기념하는지, 패했을 때 서로를 어떻게 격려하는지, 상대팀 선수 누구와 만나 친분을 나누는지…. 끝도 없는 이면의 이야기들이 공식 채널 영상에 담겨 있다.

경기 안팎으로 이들이 쌓아 올린 시간과 관계를 조금이나마 엿보며 그 결과가 나오는 과정에 참여하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지 그들의 자리에서 이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함께 다음을 기약한다.

이번 10월 A매치를 위해 소집된 한 대표 선수가 센터에 들어서며 누구보다도 먼저 영양사 선생님들과 반갑게 인사 나누는 장면을 보면서 그가 명절에 스태프의 선물을 준비하며 영양사 선생님들 선물까지 챙겼다던 인터뷰 내용이 떠올랐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 기간에도 관심 있는 경기를 챙겨보는 것만큼 각 방송사가 주요 경기와 선수와 관련해 앞 다퉈 생산하는 비하인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빅 이벤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움직임과 때로는 산업의 흐름, 우리 시대 화두와 사람들의 갈망과 관심사까지 난 스포츠 비하인드 콘텐츠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 콘텐츠에는 선수만 등장하지 않는다. 기자들, 캐스터들, 해설위원들, 관객들, 선수 가족들까지 나름 출연진도 다양하다.

이번에 야구 대표팀이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바람에 보게 된 여러 영상 덕분에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구단 유튜브 채널 몇 개를 보다 보니, 응원하는 팀도 없는데 모 구단 유튜브는 오로지 콘텐츠의 재미 때문에 구독해 버렸다.

야구 경기 1도 안 보고 진짜 야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모 팀의 신인선수 입단식을 보면서 감동받고 있는 나, 뭐지? 지금까지 야구 선수로서 지원해준 가족에게 자기 이름이 박힌 유니폼을 입혀주는 모습이 무슨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러면서 내가 응원하는 배구팀의 유튜브 콘텐츠에도 저런 콘텐츠를 만들면 좋겠다는 내적 기획까지 했다.

이와 같은 패턴은 가수의 팬이 되어도 똑같이 돌아간다. 일단 가수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본업 이외의 모습을 담은 콘텐츠가 잊을만하면 올라온다. 가수의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 화보 촬영이나 콘서트 연습 혹은 앨범 준비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영상들인데 이는 팬들의 재편집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매의 눈으로 발견한 가수의 습관, 팀원 사이의 케미, 뜻밖의 장면에서 건진 유머 포인트는 짤이 되고 쇼츠가 되어 온라인상에 무수히 떠다니게 된다.

이런 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일까? 거대 미디어가 선택해 보여주는 정면의 모습만 볼 수 있었던 때가 언제였던지 아득하기만 하다. 이제는 팬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장면, 선수들의 사소한 이야기, 가수들의 숨겨진 개그 본능을 먼저 나서서 콘텐츠로 제공한다.

그러고 보면 난 어쩌면 스포츠 혹은 가수의 음악 자체보다 자기 분야의 내용을 알알이 채워가는 사람을 보려고 그 콘텐츠들을 보는 건지도 모르겠다.

박혜은

질문하는 사람. 책과 사람 잇는 일을 재미있어 하는 사람. 현재는 뉴스레터 에밀앤폴M 발행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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