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모양의 가고일이 중세에 건축된 교회의 외부를 장식하고 있다. 

여러 모양의 가고일이 중세에 건축된 교회의 외부를 장식하고 있다.

중세에 지어진 교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형상이 있다. 타락한 천사인 사탄의 그로테스크한 모습이 중세교회 고딕건축에 활용된 가고일(gargoyle). 이것은 프랑스어 gorge(목구멍)에서 왔다. 우리말로는 ‘이무깃돌’이라고 하는데 석재나 금속을 이용하여 만든 사자나 용이나 박쥐나 원숭이 등을 위협적이고 기괴한 모습으로 형상화하여 흉한 기운의 범접을 금하였다.

중세교회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고일은 신화와 전설 등 민간 설화 속 생물이나 키메라처럼 실존하지 않는 괴물의 형상도 있고, 심지어는 사람도 등장한다. 영국 요크의 베드로 대성당에는 마틴 루터의 얼굴을 한 가고일이 있다. 그런데 아름답고 거룩한 예배당에 흉측한 괴물의 모습을 한 가고일을 설치한 이유가 무엇일까.

가고일은 건축 구조와 연관이 있는데, 그 용도가 다분히 건축학적으로 고딕건축에 어울리고 돋보이는 장식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물과 달리 얇은 벽의 석조 건물에서 건축물의 가장 큰 위협은 ‘물’이다.

가능한 한 지붕에 모인 빗물을 벽체에서 멀리 보내야 한다. 그래서 지붕에 모인 빗물이 홈통을 통해 내려오는 중간에, 그리고 지상 가까운 곳에서 배수로로 들어가도록 하는 일이 가고일의 용도이다. 가능한 한 빗물이 멀리 떨어지게 하여 벽과 석조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가고일은 건축 기능 면에서 착안한 구조물이다.

또한 장식의 측면이 있다. 건축 기술이 발달하면서 건축물의 벽이 얇아지고 창문이 넓어지기 시작하였다. 전에 없던 장식 효과가 건축에 추가되기 시작하였다. 기둥과 벽면에 정교한 조각상과 장식이 등장하였고, 무엇보다도 넓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색을 입히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유행하였다.

가고일도 그중 하나이다. 가고일은 건축 기술에서 시작하였지만, 사람들은 이를 예술화하였다. 도자기가 일상의 생필품이지만 거기에 도공의 혼이 스며들어 예술이 되듯 가고일도 그렇다. 기능을 위해 만들었지만 똑같은 가고일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름 없는 장인의 개성과 예술혼이 스며있음을 부인할 필요는 없다. 뿐만 아니라 가고일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그 시대의 역사적 맥락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인문학적이기도 하다. 특히 문맹이 대부분이던 시대에 가고일과 조각상들을 만드는 석공은 ‘돌의 설교자’로 불리기도 하였다(Morgan, <The Monster in the Garden>).

흥미로운 것은 교회를 공격하는 불순한 세력 앞에서 교회를 보호하고 악한 세력에게 겁을 주고자 크로데스크한 가고일을 등장시켰지만 교회 건축에서 두드러지던 가고일도 개신교 건축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개혁자들은 가고일에 스며있는 종교적 허상을 알아챘던 모양이다.

최광열

미술평론가. 미술에 깃든 이야기를 끄집어내 벗들과 소통하기를 즐겨한다. 그의 담론에는 역사와 종교가 있어 그 재미와 의미가 더 쏠쏠하다. 담을 허물고 경계를 건너 성큼성큼 다가오는 세상을 추구하는 그는 하늘교회 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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