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은 경험이 없겠지만, 40대 이상 되신 분들은 연필을 칼로 깎아서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고급 연필이면 잘 깎이고, 싼 연필은 나무의 질이 나빠서 잘 깎아지지 않는데, 그런 연필을 억지로 깎으려다 손가락을 베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손가락에서 피가 나면 입으로 빨고 다른 손으로 눌러서 피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소독약을 바르기 위해 양호실로 뛰어갔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소독약을 바르기는 했지만 베인 손가락 피부가 서로 붙어서 감쪽같이 원래대로 아물게 되는 것은 자연치유력으로 되는 것이지, 소독약 또는 양호선생님이 아물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 이미 우리는 모든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 신체 외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손가락 상처가 회복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내부에서도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자연치유력이 스스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손가락 상처가 아물려고 할 때, 손가락 상처 부위를 비비고 헤집는 등의 방해를 하게 되면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내부에 자연치유가 되는 과정을 방해하는 사항들이 있으면 우리 신체 내부의 문제는 회복될 수 없다.

소, 말, 개와 같은 동물들은 아프면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인간은 살아있는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아플 때 많이 먹는 습관을 갖고 있다. 예를 들면, 신장에 문제가 있게 되면 모든 면역세포가 약해진 신장에 직접 가서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때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우선순위가 소화이기에 많은 혈액이 위와 장으로 몰리게 된다. 면역세포들이 혈액에 포함되어 있어 신장에서 치유하고 있던 면역세포들도 혈액이 움직이는 대로 위와 장에 가서 소화활동을 돕게 된다.

약 2~3시간 동안 소화활동을 위하여 위와 장에 머물렀던 혈액이 소화활동을 끝내고 다시 신장으로 가서 치유하려고 신장으로 돌아가는 중간, 다시 입으로 먹을 것이 들어온다. 그러면 신장까지 가지도 못하고 다시 위와 장으로 혈액이 움직여 자연치유를 할 기회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영양이 부족하다면 음식을 수시로 섭취해야겠지만, 현재는 영양부족보다는 영양과잉 또는 영양불균형이 더 심각한 문제이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가진 자연치유력을 회복하고, 최소한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한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 글 중에서

◆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

◆ 음식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의사도 못 고친다.

◆ 지나치게 먹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속을 텅 비우는 편이 좋을 때도 있다. 병의 힘이 최고조에 도달하지 않은 한은, 공복인 채로 있는 쪽이 병이 더 잘 치료된다.

◆ 원래 인간은 병을 치료하는 힘을 가지고 있고, 의사는 그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 만일 육체의 대청소가 되지 않은 채 먹을 수 있는 만큼 마음껏 먹으면, 그만큼 몸에 해가 된다. 병자에게 너무 먹게 하면, 병마저 키워 가는 것이 된다. 정도를 넘긴다는 것은, 자연에 반하는 일이라고 똑똑히 가슴에 새겨 주어야 한다.

◆ 병을 고치는 것은 환자 자신이 가진 자연치유력뿐이다. 의사가 그것을 방해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또한, 병을 고쳤다고 해서 약이나 의사 자신의 덕이라고 자랑해서는 안 된다.

이계호

한국분석기술연구소의 소장이자 충남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이며, ‘태초먹거리 학교’를 설립해 운영하며 ‘태초먹거리 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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