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또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말려들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사상자와 피난민이 수백만 명에 달하고 있지만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다시 이스라엘이 보복을 감행하면서 무고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있습니다. 동유럽의 화약고인 발칸반도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에서도 전쟁의 위협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전쟁은 환경재앙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삶의 터전을 폐허로 만들 뿐만이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파멸로 이끕니다.

전 세계의 군사기지들이 환경파괴를 일삼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베트남 전쟁처럼 고엽제가 살포되거나 이라크 전쟁처럼 석유시설이 파괴되면 토양, 수질, 대기에 씻을 수 없는 후유증을 남깁니다.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전쟁으로써 농경지와 밀림의 절반이 황폐되었고, 이라크 전쟁도 쿠웨이트에 있는 담수 저수지 가운데 40%를 오염시켰다고 합니다.

소나기처럼 퍼붓는 폭탄과 미사일은 화학물질을 배출시키고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쌓이게 합니다. 핵이나 화학무기를 직접 사용하지 않더라도 열화우라늄탄 같은 무기는 수십만 명의 암 환자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핵발전소가 파괴된다면 그 재앙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질 것입니다. 이처럼 전쟁은 인간을 비롯하여 땅과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그곳에 사는 동물과 식물에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전쟁이 환경을 망치는 재앙이라면 평화는 환경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비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를 몇 번 살리고도 남을만한 돈을 매년 전쟁을 준비하고 수행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평화를 위한 작은 노력은 전쟁과 폭력을 막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생태계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임영섭

한신대 신학과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Trinity College Dublin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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