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놀며 공부하는 아이들

아이들은 공부를 좋아합니다. 자연에서 노는 아이들은 놀면서 공부합니다. 물론 몸을 신나게 움직이며 놀 때도 있습니다만, 진지하게 관찰하고 실험하면서 놀 때도 많습니다. 포도나무 한 그루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찾아보려고 얽히고설킨 포도 덩굴을 끝까지 따라가는 아이도 있고, 토마토 가지 사이에 걸쳐진 거미줄을 한참 들여다보는 아이도 있습니다.

감자 심는 과학자

지난 9월에는 과학자 같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감자를 심는 날이었습니다. 감자는 보통 봄에 심어서 여름에 캐는데, 제주도는 가을에도 감자를 심을 수 있습니다. 가을에 심은 감자는 눈이 내리는 겨울에 캐는데, 추위를 이기며 영글어 여름 감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쫀득쫀득한 맛이 있다고 합니다.

봄에는 땅의 힘도 좋고, 날씨도 포근해서 씨감자를 몇 조각으로 나눠서 심습니다. 씨눈이 살아날 정도의 양분을 주면 됩니다. 그런데 가을에는 땅도 곧 얼고, 날씨도 험해져서 씨감자 하나를 통으로 심습니다. 흙을 파고, 씨감자를 그대로 넣은 다음 흙으로 덮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과학자 같은 학생들은 그냥 무턱대고 감자를 묻지 않았습니다. 먼저 감자의 씨눈을 자세하게 관찰했습니다. 제일 튼튼한 씨눈을 찾으려고 조그만 씨감자 하나를 요리조리 돌려보며 학생들은 끊임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씨눈 크기가 작은 게 좋은지, 큰 게 좋은지, 씨눈이 깊은 것이 좋은지, 얕은 것이 좋은지, 색깔은 어떤 것이 좋은지.

호기심이 동한 학생들에게 농업인 선생님의 한마디가 자극이 되었습니다. 좋은 씨눈에 대해서는 답이 있는데, 감자를 심을 때 씨눈의 방향은 수십 년 농업을 하신 베테랑 농부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 사이에서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감자는 덩이줄기라 씨눈이 아래를 향하도록 심으면 줄기가 땅속으로 더 뻗어서 감자가 많이 열릴 거라는 학생들, 씨눈이 위를 향하게 심어야 싹이 쉽게 나고, 더 잘 자랄 거라는 학생들, 둘 다 아니라며 씨눈이 아래를 향하면 싹을 내기가 힘들고, 위로 향하면 싹이 너무 쉽게 나와서 힘이 없을 것 같으니 옆을 향하게 심어야 한다는 학생들. 농업인 선생님이 재미있는 제안을 했습니다. 각자 자기 의견대로 감자를 심고, 나중에 수확해서 결과를 비교해 보자고요.

씨감자 한 알을 허투루 보지 않는

학생들은 실험에 신이 났습니다. 각자 씨감자를 열 개씩 골랐습니다. 저울에 무게를 재더니 씨감자 한 알의 평균 무게까지 계산해서 기록했습니다. 자기가 심을 방법은 그림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런 후에 학생들은 작은 자기만의 실험 밭을 만들어서 감자를 심었습니다. 이른 가을의 볕이 뜨거워서 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감자밭을 일구었습니다. 오히려 학교 선생님께서 그만 돌아가자고 말려도 뭔가 더 하고 싶어서 서성였습니다. 학생들은 감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기록하고 싶어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농장을 찾아왔습니다. 아직 싹이 나지 않은 감자밭을 둘러보고 농업인 선생님께 근자의 날씨와 감자의 근황을 여쭈었습니다. 정말 실험 중인 과학자 같았습니다.

학생들은 씨감자 한 알을 허투루 보지 않았습니다. 호기심을 갖고, 자기 나름대로 논리를 동원해서 추론하고, 실험했습니다. 농업인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학생들은 신이 나서 공부를 했습니다. 학생들끼리 감자의 유래를 찾고, 세계지도를 펼쳐본다는 후일담을 들어보면 학생들은 공부가 재미있는 게 분명합니다. 감자를 수확할 겨울이 기대됩니다.

김민정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에서 아동문학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감연구센터 대표로 사람들이 자연과 그림책을 즐겁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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