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기억 붙들 때, 우리는 잘 떠나보낼 수 있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드리며 딸은 안녕을 해야 했다.

오래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하는 사람은 익숙했던 것들과 안녕을 해야 했다.

연인이 이별하는 것도, 학교를 졸업하는 것도, 자녀가 성장해 독립하는 것도,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을 하는 것도 모두 이별. 그렇게 모든 이들은 이별을 반복하면서 살아간다.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안녕’을 잘할 수 있을까.

독일의 심리상담가 사브리나 폭스는 수많은 이별상담을 해오며 저서 <이별 후의 삶>에서 이같이 말한다.

“지금 현재, 그리고 이전에 맺었던 관계는 모두 선물입니다. 함께했던 사람들에게 끌렸던 데는 다 이유가 있죠. 모든 관계에서 배울 점이 있었던 것에 그동안 함께한 모두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이별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지요. 헤어지는 과정에서 자신과 상대를 이해하게 되고, 더 현명해집니다.”

최근 은퇴를 하겠다고 밝힌 한 목회자의 말도 생각난다.

“봄이 여름에게 자기를 내주었던 것처럼, 여름도 가을에게 자리를 내줄 것입니다. 그것이 세상의 이치입니다. 저는 세상사가 이어 달리기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우리가 앞 사람들이 이룬 성취를 누렸듯 우리 삶은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한 내어줌이 되어야 합니다.…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이 누군가의 수고 덕분임을 알 때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 잘하는 ‘안녕’ 안에는 기억과 감사가 담겨있다. 감사의 기억 붙들 때 우리는 떠나보낼 수도, 다시 나아갈 수도 있게 된다.

일러스트 = 초록담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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