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서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

성경과 사람들 연재를 처음 시작할 무렵 소개한 사람들이 있다. 김청송, 백홍준, 서상륜 등 19세기 말 만주에 건너가 복음을 받아들이고 국내에 성경을 보급한 청년들이다. 오늘 다시 이들을 소환한다. 1879년. 교리를 배우기 위해 만주 지방의 잉커우(營口)시로 건너간 사람이 있으니 바로 백홍준이다. 그는 그곳에서 활동하던 존 매킨타이어 선교사로부터 세례를 받고, 성경 번역 일을 돕다가 고향인 의주로 돌아갔다.

국경을 넘고, 다시 넘어 그가 하고자 했던 일은 무엇인가?

“작년에 방문한 한 한국인 수제자(백홍준)에게 저는 수십 권의 복음서와 다른 기독교 서적들을 보냈습니다.” ‐<대한성서공회사 1권> 중

복음서와 기독교 서적을 국내에 유통하는 일. 그는 이러한 일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했다. 목사이자 역사학자인 김양선은 백홍준이 한글 성경과 기독교 서적을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 있었던 일을 이렇게 요약한다.

“수차에 걸쳐서 다량의 한글 성서를 고지(古紙) 속에 넣어서 국경을 넘기는데 성공했다.”

백홍준을 포함하여 이 당시 성경을 국내에 들여온 사람들은 완전한 행태의 제본된 책을 가져올 수 없었다. 종교서적 유입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압록강 국경 등지에 조선 정부 관료들이 파견되어 감시하고 있었으니, 한글성경을 들여오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성경을 낱장으로 오래된 종이 사이에 끼워 가져오게 된 것이다. 국내에 들여온 뒤에는 가정이나 여관에서 다시 책으로 엮어 사람들에게 판매하거나 나누어 주었다.

왜 이처럼 위험한 일을 단행했을까?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 현존 체제에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는 믿음이 밑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웃 강국들이 우리 영토를 넘보고 있을 때, 이들은 국경을 뛰어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선교사를 통해 서양 문화를 접하고, 성경 속에서 기독교 복음을 이해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국경을 넘어 고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변화를 강력하게 거부하는 현존 질서와 체제가 그들을 막아서고 우리 땅은 ‘위정척사’ 즉 바른 것을 지키고 사악한 것을 배척해야 한다는 사상을 서양과 기독교에 적용하여, 국법으로 거부했다.

뛰어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사람들, 백홍준과 같은 이들로 인해 로스가 주도하여 번역한 한글성경이 이 땅에 들어왔고,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다. 자유와 평등을 꿈꾸는 사람들이 신앙을 갖게 되고 민초들 사이에 한글 복음이 퍼져나갔다.

새로운 세상,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며 ‘넘어서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 그들이 있었다.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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