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가져온 재앙 가운데 하나가 사막화입니다. 원래 사막이 아니었는데, 기후변화에 의해서 식물이 자랄 수 없는 땅으로 변하는 경우가 전 세계에서 크게 늘고 있습니다. 유엔 사막화대책협의회(UNCOD)에 따르면, 사하라 사막 주변은 연평균 10㎢ 정도 사막이 확장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는 해마다 6백만㎢의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엔의 3대 환경협약에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사막화방지협약(UNCCD)이 들어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지난달 기독교환경운동연대와 몇몇 목회자들과 함께 몽골에 다녀왔습니다. 한국교회를 비롯하여 국내의 기업들과 기관들이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서 숲을 조성해 왔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일입니다. 이번 “생태기행”은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사업들을 점검하고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막혔던 교류를 재개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공항에 내려 올란바타르 시내에 들어가기까지 보았던 몽골의 산과 들은 우리나라와 사뭇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나무들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나무가 없는 산은 커다란 흙더미처럼 솟아있었고, 올란바타르 시내도 공원이나 가로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딜 가나 흙먼지 때문에 버스 창문을 열면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이것은 도시를 벗어나 초원으로 들어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나무 그늘이 없어서 말이나 염소들이 콘크리트 담에 기대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광활한 들판에 듬성듬성 나 있는 풀들은 물기 없이 말라 있었습니다. 몽골 사람들은 수천 년 동안 목축을 해왔지만 이제는 말과 소에게 먹일 풀조차 찾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미 90% 이상의 몽골 땅이 사막화로 황폐되었고, 수천 군데의 강, 하천, 호수, 우물이 사라졌다고 하니 말입니다.

몽골의 사막화는 대부분 몽골의 책임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탄소배출과 지구의 기후변화가 가져온 부작용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것들은 원료채취부터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에 영향을 끼칩니다. 눈이 쌓인 길을 걸으면 내 발자국이 눈 위에 찍히는 것처럼 우리가 제품이나 에너지를 사용할 때마다 온실가스가 배출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발자국을 지구에 남깁니다. 우리는 이것을 ‘탄소발자국’이라고 부르고 어떻게 보면 그 발자국이 몽골 같은 나라의 초원을 짓밟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몽골 생태기행 마지막 날 몰츠크 사막을 방문했을 때는 과거에 드넓은 초원이었지만 이제 그곳에는 몇 그루의 나무와 풀 몇 포기만 남아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우리의 탄소발자국이 그곳을 모래밭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안타까왔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탄소발자국을 지워 나간다면 사막에 다시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랄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내가 덜 먹고 덜 쓰는 만큼 지구의 꽃들과 나무들이 한 뼘 더 자라고 푸른 초원이 조금 더 넓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자연을 돌보는 손길(Green Fingers)”로 바꾸어 가길 소망합니다.

임영섭

한신대 신학과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Trinity College Dublin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기독교장로회 경동교회 담임목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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