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건조기가 시원치 않다 싶더니 ‘배기관 막힘’에 불이 깜박거리네요. 전문가의 손길을 빌어 그 안을 한바탕 청소했어요. 배기관 통로며 필터, 구석구석에 끼어 있는 먼지를 몇 십 분 동안 청소하고서 재가동 해보니 나오는 바람의 온도가 다르더군요. 온도를 아무리 올려도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 이유가 있었네요.

덜 마른 빨래처럼 사는 게 미적지근할 때가 있어요. 뭔가 열심히 하긴 했는데, 기대한 만큼 기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을 때가 말이지요. 분주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더 나은 결과를 얻으려 많은 시간과 돈과 힘을 썼는데 오히려 그만큼 다가오는 허무함에 가슴이 휑할 때가 말이지요. 나와 예수님 사이의 통로에 ‘막힘’ 신호가 깜박거리고 있을 때지요. 예수님은 성경을 통해, 주변 사람들을 통해, 심지어 환경을 통해서도 내게 말씀하시고,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에서 나와 만나려 애쓰시나, 내 욕심과 자존심, 게으름과 교만함에 막혀 이르지 못할 때가 있어요. 배기관에 조금씩 쌓이는 먼지처럼 금방은 알지 못해도 어느새 내 삶에 웃음과 감사가 사라지고, 평안 대신 불안과 초조함이 자리를 잡고, 내 입술에선 불평과 불만이 가득하지요. 예수님이 내 삶 속에 일하시도록 마음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지요.

빨래건조기 배기관 끝에 종종 새들이 집을 짓느라 건축 재료를 잔뜩 쌓아 꽉 막히는 일이 있다고 하네요. 통로가 막힌 걸 모르고 혼자 열심히 열 내며 일하지 않도록 자주 들여다보고 청소해서 깨끗하게 유지해야겠어요. 내 계획보다 날 향한 예수님의 계획을 알고, 내 모든 힘을 들여 일하는 것보다 그가 일하시도록 맘을 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지요. 그가 일하셔야 이뤄지거든요. 깨끗한 연결 통로 준비하셨나요? 예수 믿으세요.

이종혜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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