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말체로 다시 읽는 성경

 

대한성서공회가 펴낸 <대한성서공회사>에는 성경이 이 땅에 전해진 경위, 즉 번역과 전파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과정을 따라 가보면 그 일을 위해 애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한국에 기독교가 전래됨과 동시에 ‘성경번역’의 역사도 시작되었고, 지난 100여 년 간 성경은 개정의 과정을 거치며 변화해왔다.

1911년, 최초의 신구약 합본서 <셩경젼셔>가 세상에 나와 우리 민족이 기나긴 어둠의 시기를 지나는 동안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한 ‘말씀’이 되었다. 1938년에 <성경개역>이 발간, 한글학회의 ‘한글맞춤법통일안’을 따라 철자법이 수정되어 1952년에 <개역한글>로 개정되었다. 1961년에 수정개정판이 나온 이후 30년이 지난 뒤에 <개역개정>(1998)이 출판되었다. 그 사이 가톨릭과의 합작품인 <공동번역>(1977)과 시작부터 논쟁이 많았던 <표준새번역>(1993)이 출간되었고, 이를 ‘새말체’(현대어체) 번역 성경으로 부른다.

다시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최근에 새로운 번역 성경이 나왔다. 바로 <새한글성경>. 현재 신약과 시편이 완역되었고, 구약은 검수 중에 있다.

“디지털 세대에 맞게 문장을 짧게 끊고 가능하면 50자 내외 16어절 정도로 번역하는 것으로 세웠습니다. … 고유명사 번역은 초·중·고등학교의 교과서에 있는 말과 같이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 규정에 따랐습니다.”

대한성서공회 신약 책임번역자가 이야기한 <새한글성경>의 특징 중 일부이다.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성경도 언어의 변화에 맞추어 번역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날의 언어 환경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달라졌다. 특히 청소년들의 언어는 속칭 ‘외계어’라고 불릴 정도로 다채롭게 변화하였다. 인터넷 이용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언어생활에서 ‘짧고, 쉽고, 빠른 정보’의 소통을 요구하게 되었다.

<새한글성경>은 종이책의 수요가 점점 줄어들어가고 콘텐츠를 모바일로 소비하는 현대인들에게 ‘읽히는 성경’이 되도록 연구하여 나온 번역본이다.

새로운 번역본은 기존의 번역 성경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본문을 낯설게 읽으며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유용하다. 처음 성경을 읽는 사람, 또는 청소년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성경이다. 어려운 한자어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새말체로 쓰였기에 잘 읽히고, 이해하기도 쉽다.

이미 나온 지 1년이 넘었지만, 개 교회에서는 이러한 번역본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민족 복음화에 앞장섰던 권서들처럼 먼저 읽은 독자가 다른 이들에게 새로운 성경을 권할 수 있다면, 변화하는 새 시대에도 여전히 복음이 유용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 전, 봇짐 속에 성경을 넣고 마을을 누비며 성경을 권했던 그들을 본받아, 21세기형 권서들이 등장하기를 바라본다.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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