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미국에서 졸업식을 앞둔 아들이 코로나19로 학교 문이 닫히면서 집으로 왔어요. 화장실 달린 안방 문에 비닐 막을 치고 2주간 격리를 했지요. 오랜만에 왔는데 한 번 안아보지도 못했지만 하루 세끼 따뜻한 밥을 지어 비닐 막을 사이에 두고 같이 먹으면서 나름 행복했던 기억이 있네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한 공간에서 지내야 했던 그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더한 행복이 되고, 어떤 이에겐 고통이 되기도 했지요. 2023년은 ‘하나님 나라가 내 삶이 되는 해’, 천국이 내 삶의 모든 곳에 임하기를, 특별히 나를 둘러싼 모든 관계 속에 임하기를요. 가족은 누구보다 소중한 관계지만 서운함도 때론 상처를 주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가정을 벗어나 다른 관계가 만만한 건 더더욱 아니지요. 나도 말과 행동에 실수가 많은데다, 아무리 잘하려 맘먹고 다짐해도 맘대로 안 되는 것이 관계인 것 같아요. 내가 경험하지 않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도 어려운데다 내 말과 행동을 오해하거나 엉뚱하게 해석하기도 하거든요. 내게 나쁘게 한 그 사람을 용서하는 건 내 힘으론 불가능한 것 같아요, 이 사람은 이래서, 저 사람은 저래서 밀어내다 보면 옆에 남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덮지 않으면 함께 할 수 없고 용서하지 않으면 함께 하는 모든 시간에 지옥을 경험하기도 해요. 관계 속에 예수님이 들어오셔야 회복되고, 계속 함께 할 수 있어요.

예수님이 날 위해 오시고 죽으심을, 수도 없이 용서하신 걸, 영원히 사랑하신다는 약속을 기억할 때 용서할 수 있고, 그가 상대의 마음을 녹이고 날 긍휼히 여기게 하셔야 나도 상대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요. 예수 믿으세요. 하나님의 나라가 모든 관계 속에 임하기를 축복해요.

이종혜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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