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안나입니다. 저에게 생애 첫 집은 고아원이었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친부모와 살지 못하고 고아원이라는 아동 양육시설에서 살다가, 5살에 양부모님에게 입양되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궐 같은 저택에 운전기사가 있는 양부모님 집. 하지만 27살까지 양아버지의 묵인 아래 양어머니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받았습니다. 모든 집안일은 물론 저주의 말 또한 제 몫이었습니다. 사는 게 지옥보다 힘들어서 제 자신을 해한적도 여러번 불면증으로 오래 잠도 못 자고 밥을 거의 안 먹다시피 해서 10kg가 넘게 몸무게가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정말 기적입니다.

그런 어려웠던 시간을 버틸 수 있도록, 살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 ‘책’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시작한 독서는 저의 산소마스크가 되어주었습니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저는 양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받는 입양 딸도, 고아도, 자살 미수자도 아니었습니다.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현실을 잊고 <빨간머리 앤>이 되고,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 상상을 하고, <해저 2만리> 네모 선장처럼 세상을 등지고 나만의 세계를 만드는 꿈을 꾸었고, <성경> 속 인물처럼 하나님의 선택된 자가 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책에서 나와 같은 동병상련의 작가, 인물을 만나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상처가 있습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멋지고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인기도 많은 유명한 스타들도 상처가 하나씩은 있더군요. 마치 상처 경연 대회라도 하는 것처럼 눈물을 흘리며 상처를 말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만만치 않은 상처가 있다’라고 속으로 속삭입니다. 그러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로 하기에는 두렵고 입이 안 떨어져서 종이에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스스로 내 마음을 돌아보기 위해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글로 쓰는 데에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수많은 고민으로 첫 글자를 시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내 과거를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혹시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내 과거로 인해 나를 싫어하고 피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심리학자 칼 융이 ‘당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찾아라. 진정한 성장은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지요?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이 ‘직면’입니다. 과거를 직면하는 것, 내가 이렇게 나약하고 숨길 것이 많은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직면, 사람들의 비난과 눈초리로부터의 직면이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결국 내 상처를 글로 쓰기로 결정한 것은 바로 ‘나’ 때문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40년 동안 사느라 만신창이가 된 어린 전안나를 달래고 위로하며 네 잘못이 아니라는 말을,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려드림으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독자들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적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매 칼럼마다 치유적 글쓰기에 도움이 될 책 한 권과 제가 먼저 걸었던 길 위에서 만난 팁을 전하려고 합니다.

전안나

<1천권독서법>, <초등6년, 읽기 쓰기가 공부다>,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작가. 전국을 다니며 책읽기, 글쓰기, 신앙 간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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