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들을 돕는 형님

짧아도 깊은 만남이 있다. 한 형님을 최근에 만났다. 형님은 장기수로 복역하는 재소자들에게 유난히 관심을 가져왔고, 형편이 어려울 때도 멈추지 않고 오랜 세월 동안 그들과 우정을 나누며 영치금을 보내왔다.

한 장기수와는 그렇게 20여 년의 우정을 쌓아왔는데, 그 성실한 열정으로 인해 교도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례가 없을 만한 기적이 일어났다. 그 장기수에게 신원 보증이 되어줄 수 있으면 가출소할 수 있다고. 그렇게 출소한 여러 형제들이 형님 주변에 계시다. 형님은 집에서 종종 저녁 파티를 열어 형제들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자연스레 형수님도 이런 형님의 삶을 지지하며 살아오셨다.

형님은 이런 일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으신다. 그냥 삶이라고. 사역이라 말하지 않는다. 그냥 생활이라고. 누군가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도 생각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해 배경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을 기쁨이라 여기신다.

삶의 모델, 김OO 목사님

어느 날 형님은 지금의 이런 삶에 영향을 끼쳤던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전주 교도소에서 온 삶을 바쳐 사역해 오신 김○○목사님이시다. 목사님은 젊은 날 조직 폭력배로 살다가 교도소에 들어갔는데, 교도소에 사역을 오시던 한 전도사님을 통해 성경과 신앙을 배우게 되었다.

지난 삶을 회개하고 주님을 따르기로 결심을 한 후 출소하던 날, 전도사님의 한 마디가 그의 삶의 향방을 바꾸어 놓았다. “광야를 살아라!” 그 후로 신학교에 가려고 결심을 했다. 하지만 폭력 조직에서 그를 순순히 놓아줄리 없었다. 결국 조직의 규칙을 따라 그는 왼손 손가락 네 개를 잘라야만 했다. 그렇게 그는 네 개의 손가락을 버리고 목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가 출소했던 교도소에서 자기를 인도했던 전도사님처럼 재소자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외쳤다.

그의 복음사역이 얼마나 뜨거웠던지 대한민국 최초로 교도소 내에 이름을 건 교회가 세워졌다. ‘평화의 동산 주님의 교회’. 목사님은 그 사역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다. 당시 전 재산이 500원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이 머리를 빗는 ‘빗공장’이었다고. 그 사업의 수익으로 재소자들에게 영치금을 넣어주고, 건강이 안 좋은 재소자들에겐 약을 지어주고, 또 공부하는 재소자들의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그리고 난폭한 수감자들을 위한 교화위원을 자청하여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함께 목사님을 방문하다

형님은 이런 얘길 들려주시며 조만간 전주에 목사님을 뵈러 가신다고 했다. 요즘은 사역을 못하신다고. 연세도 많으시고, 치매도 있으시고, 휠체어에 의지해 사신다고. 그 얘길 듣고 나는 제안을 드렸다. 목사님을 위한 공연을 펼쳐드리자고. 아내가 ‘가위의 봄날’ 헤어미용 봉사를 하니까 같이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자고.

그렇게 우리들은 어느 한 날 전주를 향했다. 목사님은 깡마른 몸으로 나타나셨다. 휠체어에 불편한 몸으로 우리에게 식사를 대접해 주셨다. 어눌해진 발음으로 간간히 하시는 말씀은 알아듣기 어려웠다. 하지만 옆에서 형님이 곧장 통역해주셨다. 아내의 헤어미용이 시작되고, 머리를 감겨드리고 말끔하고 단정해진 모습에 사모님이 한 말씀하셨다.

“아이고, 새 장가 가도 되겠네!”

목사님을 침대에 편히 눕혀드리고 기타를 꺼냈다. 하늘의 평화를 노래했다. “평화, 평화로다 하늘 위에서 내려오네 그 사랑의 물결이 영원토록 지금 이곳에 내리소서” 목사님의 “아멘!” 소리가 군인의 경례 소리처럼 들렸다. “할렐루야 찬양하세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찬송 소리에 목사님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온했다. 편안히 주무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들은 조용히 인사드리고 까치발로 나왔다.

찬송을 부르며 목사님의 손을 보았다. 잘려나간 네 개의 손가락 대신 엄지손가락이 보였다. 오직 주님 한 분을 왕초라 부르시며 엄지척하셨다. 세상 욕망은 다 잘라내셨다. 그런 목사님을 존경하는 형님의 모습 속에서 목사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믿음은 그렇게 계승되고 있었다. 드러내지 않고 그저 아버지의 자녀들이 화목하게 사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라고 형님은 말하신다.

한 노래가 입가에 오래도록 머문다.

“내가 어둠 속에서 헤맬 때에도 주님은 함께 계셔, 내가 아무도 모르게 선한 일 할 때도 주님은 함께 계셔, 세상 모든 형제와 자매들에게 주님은 함께 계셔~”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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