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숙면을 위한 3단계

 

“수면은 양이 아니라 질이라고 하던데, 맞죠?”

정말 그럴까? 먼저 잠이란 뭘까. 아마 잠은 우리 인생에서 단일 활동으로는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할 것이다.

상담심리사로서 정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담자를 만날 때 초반에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창문은 잘 열어놓는지’가 첫 번째이며, ‘잠을 일정하게 충분히 자는지’가 두 번째이다. 이는 임상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체크하는 질문 중 하나인데, 창문을 열어 햇살이 방 안으로 비치게 하고, 잠을 일정하게 자는지가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는 데 있어서 매우 강력한 요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수면은 성장기에도 현저한 영향을 미친다. 보통 잠의 초반, 깊은 잠에 빠질 때 성장 호르몬이 최고의 농도로 방출되는데, 이는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발달과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수면은 기억력과 학습의 능력과도 연관이 된다. 잠이 들 때 일어나는 렘(Rapid eye movement: REM)수면에서는 하루 동안 있었던 많은 정보를 재조직하고 재구성하며 저장하고 기억하는 과정을 거친다. 비렘(non-Rem)수면에서는 뇌에 있는 여러 독소가 청소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본다면 스트레스에 둘러싸여 있는 현대인에게 잠은 가장 중요한 회복 기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얼마큼 자면 좋을까? 개인마다 다르지만, 성인은 7~9시간 정도이며 청소년기는 8~10시간, 학령기 아이는 9~11시간에 이르며, 유아는 11~14시간에 이른다.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들고 자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절반 가까운 사람이 손을 들었다. 나이가 젊을수록 그 비율이 눈에 띄게 높았다. 한 통계를 보니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속한다. 바쁜 학업과 경쟁, 과한 음주, 디지털 기기 사용량의 급격한 증가 등이 주된 원인으로 잠이 위협받고 있다. 특히 과한 음주와 스마트폰은 각성 물질의 분비량을 높여 깊은 잠을 잘 수 없게 한다. 금방 잠들 수 있지만 금세 다시 얕은 잠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우리의 뇌가 회복될 수 있는 시간을 위협한다.

앞선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수면은 양인가, 질인가?”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다. 수면은 양이라고 말이다. 둘 다 중요하지만, 일단 양의 바탕 위에서 질도 있는 것이다. 요즘 질 좋은 수면을 가능케 한다는 여러 상품이 소개되면서 우리도 모르게 양적인 수면을 도외시하고 있다. 일정한 주기는 수면의 기본 조건이다. 새벽에 잠자리에 들거나 쪽잠을 자며 좋은 베개를 베고 좋은 침대를 사서 질만 높인다는 발상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큰 해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잠을 위해서 얼마만큼 준비하는지. 잠도 준비가 필요하다. 최고의 숙면을 하려고 준비하는 당신을 위해 효과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최고의 숙면을 위한 준비

최고의 숙면은 먼저 일정한 시간에 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충분한 양의 잠을 자는 것이다.

잠들기 전 2시간은 좋은 숙면을 준비하는 황금 시간이다. 이 시간엔 몇 가지의 준비 활동이 필요하다.

목욕이나 가벼운 산책,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이완한다. 이러한 활동은 우리의 마음을 느긋하게 하고 여유롭게 한다. 몸이 교감신경에서 부교감신경으로 바뀌며 잠들 때와 유사한 편안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조용한 음악과 함께 독서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뇌는 피로함을 느끼게 되어 자연스럽게 졸음을 쏟아지게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일기를 쓰는 것이다. 일기는 오늘 일을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사실’을 적기보다는 작게라도 ‘생각’을 적는 것이 더 좋다.

이제 침실에 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 하나 더 남았다. 가장 힘든 것인데, 절대로 침실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블루라이트는 각성 효과로 수면을 방해하고 여기서 쏟아지는 엄청난 자극의 양은 우리의 수면을 달아나게 만든다.

여기에 더해 질적으로 훌륭한 잠을 위한 몇 가지 조건을 덧붙인다. 최대한 은은한 조명으로 바꾸기, 하루에 햇빛을 자주 쐬기(이는 수면 유도제라고 불리는 멜라토닌 수용체를 활성화시켜 꿀잠에 빠지게 한다), 적절한 식단, 가능하면 10시 무렵엔 잠을 자는 것 역시도 내일을 위한 새로운 준비가 될 수 있다. 하나도 해당하는 것이 없다고, 이걸 어떻게 다하느냐고 좌절할 분을 위해 한마디 드리자면 하나씩만 시작해도 그만큼 좋은 숙면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최고의 숙면, 그것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회복하게 하고 우리를 활기차게 하는 우리 삶의 치유자이다.

이헌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 연구교수,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겸임교수로 여러 심리/정서 관련 과목을 맡고 있으며, 다수의 기업과 교회에서 상담심리에 관련된 스트레스 관리, 감정 코칭, 관계 증진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