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 『다니엘이 시를 만난 날, 미카 아처 글·그림, 비룡소

하늘은 이 계절이 벌써 가을이라고 외치는 듯 높고 파랗습니다. 가을 하늘이 더 높아서일까요? 아니면 주변에 푸르렀던 나무 빛깔이 알록달록 바뀌어서일까요. 가을에는 이른 아침과 한낮, 오후와 초저녁, 늦은 저녁과 깊은 밤이 총 천연의 색으로 우리를 에워싸는 것 같습니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그림책, 가을의 색을 고스란히 담은 그림, 그래서 저절로 시를 읊고 싶을 정도로 가을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그림책이 있습니다.

단풍이 들어 노란 색으로 잎이 변한 큰 나무 위에 청설모와 새가 저 아래 길가를 내려다봅니다. 나뭇잎 사이로 공원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는 사람과 강아지의 주둥이에 손을 대고 있는 꼬마와 검은 고양이가 보입니다. 월요일 아침 다니엘은 공원 앞에 적혀 있는 안내문을 보았습니다.

“공원에서 시를 만나요, 일요일 6시”

안내문을 본 다니엘은 ‘시’가 무엇인지 궁금해 합니다.

그때 어디선가 “시는 아침 이슬이 반짝이는 거야.”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다니엘이 위를 쳐다보자 사방으로 뻗은 거미줄에 방울방울 아침 이슬이 맺혀 있습니다. 높은 밀도로 맺혀 있는 이슬방울은 작가가 만들어낸 다양한 색과 무늬를 자랑하며 한편의 시를 읊조리는 것 같습니다. 다니엘은 놀라움에 가득 차 이슬 사이를 오가는 거미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시작된 시와의 만남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공원 친구들을 통해 더 풍성하게 다가옵니다. 청설모는 떨어진 낙엽 사이를 오가며 “시는 바삭바삭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또 다람쥐가 눈을 반짝이며, 시란 오래된 돌담이 둘러싼 창문 많은 집이라고 합니다. 다음 날, 개구리는 시란 시원한 연못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하고, 또 다음날 거북이는 햇빛에 달궈진 모래밭이 시라고 합니다. 다니엘은 이렇게 한 주 동안 공원에서 시를 찾았습니다. 마지막 날, 토요일 해질 무렵 그네를 타고 있을 때 귓가에서 귀뚤귀뚤 소리가 들려옵니다.

“귀뚜라미야, 너에겐 이게 바로 시구나!”

시가 무엇인지 동물들에게 물어보기만 하던 다니엘은 처음으로 귀뚜라미에게 먼저 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다니엘은 공원을 아주 잘 아는 아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잘 안다고 여겼던 공원을 완전히 새롭게 보여주는 한 단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 입니다. 다니엘이 한 주간 시를 찾아다니다 보니 시는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들, 매일 다니는 곳, 매일 하는 일… 시는 이처럼 아주 익숙한 일상 안에 있었습니다. 평범하게 보이던 공원 구석구석이 새로운 시와 노래로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이 땅의 자연과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발견된 시는, 꼭 영원하고 불변하는 아름다움을 향한 신비로운 노래인 것 같습니다.

다니엘이 만난 공원 속 친구들은 정말로 시를 지어 부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을 향한 노래가 아닐까요? 그 시는 우리의 가슴에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을 줍니다. 노을의 따사로운 빛은 허기지고 지친 우리의 가슴에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가을날의 청명한 공기는 우리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주며 괜찮다고 토닥입니다.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별빛은 이 세상 너머에 영원한 세계가 있다고 말합니다.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루하루, 늘 익숙한 집, 오고 가는 길, 마트, 아파트 단지, 학교, 회사, 놀이터와 공원에서 시를 찾아보길 바랍니다. 일상에 깃든 선의 조각을 말입니다.

박혜련

더샘물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기독교문화연구소-숨 에서 다음세대를 위한 문화 변증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림책 읽기를 통해 세대와 세대 간에 아름다움과 미덕이 전수 되길 꿈꾸며 그림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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