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단감을 샀어요. 단단하고 푸르스름한 것이 맛이 어떨까 싶었는데 무척 달고 맛있네요. 며칠 전 열차를 타고 들판을 지나는데 수확을 끝낸 논이 많더군요. 씨를 뿌리고 땀 흘린 이가 열매를 거두기까지 얼마나 수고하며 기대했을까 싶었어요.

나는 과연 무엇을 심고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이는 돈농사를, 어떤 이는 자식 농사를, 어떤 이는 무언가를 인생 농사로 삼아, 때론 실한 열매에 춤을 추고, 때론 쓴 열매에 좌절을 하기도 하지요. 내 인생 농사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예수를 빼면 내겐 남는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수를 만나 그를 알아가고 예배하는 시간이 내겐 봄이었고, 말씀대로 살려 애쓰다 연약해 좌절하고 다시 몸부림쳐 일어서는 여름도 있었고, 그러다 때가 되어 평안과 기쁨, 자유와 감사의 단 열매를 먹으며 수확의 계절을 누리기도 했지요. 내 경작지는 천국이고 그 소득으로 내 지경에 천국 땅이 넓어지고 있어요.

처음 말씀을 심고 한동안은 힘들었지요. 남들은 다른 걸 심어 금방 달콤한 열매를 먹는데 내 땅은 너무 투박하고 거칠어 기경하기 힘들었거든요. 가끔 옆을 기웃거려보면 보암직도 하고 탐스럽기도 한 열매가 보였으나 그 맛이 달지 않음을 알기에 탐내지 않기로 했어요.

때가 되어 천국의 열매를 먹었을 때 그 맛은 입에도 달고 영혼 깊은 곳의 갈증과 배고픔도 채워주었어요. 그 맛을 일단 경험하고 나면 달고 맛있는 열매를 또 먹고 싶어 지금 농사가 좀 힘들어도 기쁨으로 견딜 수 있게 돼요.

은밀한 비밀은, 내가 수고한 것보다 예수님이 덤으로 주시는 열매가 내 삶에 훨씬 많다는 사실이지요. 예수 믿으세요. 천국의 열매는 달고 맛있어요.

이종혜

수필가이자 온곡초등학교 교사. 예수님과 함께하는 삶 속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저서로는 <자녀는 엄마의 축복으로 자란다>가 있다. 서울광염교회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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