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함께 섬기는

경주 시골 변두리 한 작은 교회, 경주 성문밖교회에서 공연 의뢰가 들어왔다. 목사님과 대화를 하던 중 공연 명을 ‘뜻밖의 콘서트’라 지었다. 우리들의 뜻보다는 하나님의 뜻이 우선이라 싶어서였다.

아내는 간간히 ‘가위의 봄날’이란 이름으로 미용 봉사를 해 오다 이번에 함께 섬기기로 했다. 또한 부천에서 ‘C기찬’ 통기타 모임을 하시는 분들과 가스펠 가수 나경화 목사님도 먼 곳에서 오기로 하셨으며, 기타리스트 남훈이 형도 오신다. 뭔가 도울 게 없을까 하는 마음으로 장반수 집사님 내외도 함께 하기로 했다.

모두가 즐거운 축제

공연 날, 아내는 예배당 한 자리에 헤어숍을 꾸몄다. 구순에 가까운 할머니는 염색을 하시고는 공짜는 없다며 치마 춤에서 쌈짓돈을 꺼내시는데 주변분들의 만류로 겨우 포기하셨다.

예배당 밖에서는 목사님 사모님께서 고추며 상추며 갖가지 채소들을 따다 작은 밭 위 농막에 근사한 저녁상을 차리셨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감탄은 영혼을 자라게 한다’는 말을 떠올렸다. 영혼이 자라면 천심인 동심이 깊어가고. 동심이 세상을 살린다는 정채봉 님의 말도 생각났다.

노을 속 즉석공연

공연 전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고. 그 풍경이 하도 예뻐서 벗님들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기타리스트 남훈이 형의 연주에 이어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네/ 사랑하고 의지하여 주만 따라 가겠네/ 세상 복락 멀리하니 나를 받아 주소서/ 주께 드리네 주께 드리네/ 사랑하는 구주 앞에 모두 드리네”를 불렀다. 헌금찬송으로 많이 불리어지는 노래가 그날은 자신의 전부를 드리는 진솔한 고백으로 들려왔다.

다음 순서로 가스펠 가수 나경화 목사님이 ‘동백 아가씨’를 불렀다.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 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이 노래를 인류를 사랑하여 구원하려 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심경으로 비유하여 풀어냈다. “빨갛게 멍이 들었소” 이 가사 한 구절로 세상의 모든 붉은 꽃이 ‘보혈꽃’으로 보일 것 같았다.

내 차례가 되었다. 한희철 목사님의 ‘누군가 너를 생각할 때’라는 시에다 붙인 노래를 불렀다. “누군가 너를 생각할 때/ 마음이 따뜻해지도록//누군가 너의 이름 부를 때/ 마음이 환해지도록// 누군가 너를 떠올릴 때/ 마음이 착해지도록// 눅눅함 떨치고/ 별을 꿈꾸도록/ 그럴 수 있도록.”

그리고는 아내가 나와서 시낭송을 했다. 김승희 시인의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였다. 아내는 난생 처음 사람들 앞에서 시낭송을 하는 것이었다. 긴 시여서 외우기가 쉽지 않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연구하며 연습했던 모습이 기억났다. 그런데, 첫 소절부터 틀렸다. 잠시 고요가 흘렀다. 다시금 낭송을 이어갔다. 청중의 귀 기울임, 그 고요가 깊었다.

“그래도라는섬에서/ 그래도 부둥켜안고/ 그래도 손만 놓지 않는다면/ 언젠가 강을 다 건너 빛의 뗏목에 올라서리라/ 어디엔가 걱정 근심 다 내려놓은 평화로운/ 그래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아내는 울컥했다. 아내가 그 시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잘 알기에 나도 저만치서 울컥했다.

마지막 순서로 ‘C기찬’ 통기타 팀의 무대. ‘C기찬’은 ‘CCM 기타 치며 찬양해요’라는 뜻으로, 색소폰 연주도 곁들이고 요들송도 부르고 가스펠에 요들송도 적용시켜 불렀다. 청중들은 평소에 들어보기 어려운 요들송에 특히나 신기해했다. ‘C기찬’ 통기타 팀은 추억의 복음성가들로 신앙의 첫사랑 시절을 소환했고 순수하고 뜨거웠던 그 시절로 여행을 시켜주었다. 그렇게 <뜻밖의 콘서트>는 마쳤다. 다음 날 주일예배에서 특송을 하고 트럼펫 연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예배당 문밖에서 마을을 향해 연주를 했다.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시인 박효섭 목사님의 시의 한 부분을 떠올려 본다. “오, 불멸하는 내 생명의 집을 장식할 아름다운 추억이여” ‘뜻밖의 콘서트’는 작은 시골교회에 뭔가 은혜의 선물이 되고자 한 콘서트였다. 그리고 우리들은 아름다운 추억을 뜻밖의 선물로 받았다.

 

박보영

찬양사역자. ‘좋은날풍경’이란 노래마당을 펼치고 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한 콘서트라도 기꺼이 여는 그의 이야기들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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