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덕리 권서 이야기 -

 

대한성서공회가 펴낸 <대한성서공회사>에는 성경이 이 땅에 전해진 경위, 즉 번역과 전파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과정을 따라 가보면 그 일을 위해 애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덕리는 나의 별과 같은 권서입니다. 내가 만난 이들 중에 최고입니다. 그는 올해 (성경) 판매량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그는 더 가치 있는 일을 했습니다.”

곽안련(C. A. Clark) 선교사가 보고서에 쓴 한덕리(韓德履) 권서에 대한 평가다. 권서의 사명은 성경을 파는 일인데, 그 양을 채우지 못한 이에게 ‘더 가치 있는 일을 했다’는 평가는 무엇 때문일까?

한 권서는 이름처럼 ‘덕으로 땅을 밟으며’ 성경을 전한 사람이었다.

“(곽안련) 목사님이 아시다시피 저는 단지 책만 팔고 싶지 않은 겁니다. 저는 책을 산 사람에게 전도를 합니다.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지만요.”

한 권서는 1914~1927년까지 일제강점기에 권서로 활동했다. 특히 1920년대는 일제가 ‘문화통치’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겉으로는 조선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통치의 이념을 강화하고 조선인의 정신과 혼을 지배하려 했던 어둠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한덕리 권서는 자신의 사역을 양적인 것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성경을 많이 파는 것보다, 성경을 산 한 사람의 영혼이 복음으로 새로워지기를 소망했다. 그래서 하루 성경 판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더라도 책을 산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그 사람이 이해할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무르며 느린 걸음을 걸었던 것이다.

곽안련 선교사는 “그는 진정으로 성서공회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꼭 전해져야 할 사람의 손에 성경을 주고 복음을 전하기 때문이지요”라고 한 권서를 칭찬한다. 성서공회의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성경을 전하는데 있지 않았다. 억눌린 삶 속에서 ‘자유하게 하시는’ 복음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성경이 전달되고, 그들의 영혼이 깨어 예수 그리스도께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성서공회의 목표였다.

한덕리 권서는 이 목표를 이루어갔다. 눈에 보이는 ‘경제발전’을 근거로 식민지 정책을 정당화 하는 세상 속에서, 한 사람의 영혼을 일깨우는 것을 목표로 나아간 권서의 사역은 어둠의 시기를 밝히는 횃불이 되었다. 먹고 입는 것만으로는 사람다움을 이룰 수 없다는, 정신과 영혼이 자유해야 참 사람이 된다는 복음을 전한 그의 활동은 분명 ‘더 가치 있는 일’이었다.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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