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흉상을 만지는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 대왕)는 정복지에 자신의 이름을 딴 헬라 도시를 70여 개나 세웠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가 그 대표적인 도시이다. 이들 도시는 헬라 문명 전파의 첨병이 되었다.

알렉산드로스가 12살 소년일 때 그 잠재력을 알아본 아버지 필리포스 왕은 아들을 위해 좋은 선생을 모셔왔다.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가장 호기심이 강한 청소년 시기의 알렉산드로스는 좋은 선생으로부터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 자연학, 생물학, 의학을 배웠다. 선생은 제자에게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탐독하게 하였다. 특히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를 모범으로 삼도록 지도하였다.

알렉산드로스는 장차 함께 꿈을 펼쳐갈 엘리트들과 함께 공부했는데, 후에 이집트에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세운 프톨레마이오스, 알렉산더의 평생 동지 헤파이스티온 등이 그들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아버지는 나에게 생명을 주었으나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하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고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에서 말했다.

바로크 화가 렘브란트가 <호메로스의 흉상을 만지는 아리스토텔레스>를 그렸다. 고대 최고의 지성 아리스토텔레스가 시인에게 한껏 존경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제자 알렉산드로스가 호메로스를 통하여 인생의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배우기를 원했다. 그림에는 알렉산드로스가 등장하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슴에 두른 금장식 메달에 알렉산드로스가 새겨있다. 렘브란트는 알렉산드로스가 이룬 헬라 문명의 위대함이 지성에 기반한 것임을 암시한 듯하다.

시집 <헬라스>를 낸 영국 시인 셸리는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 우리의 법, 문학, 종교, 예술은 모두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인문과 예술을 이해하는 지도자가 사람 귀한 줄 알고 세상을 따뜻하게 한다.

최광열

미술평론가. 그의 담론에는 역사와 종교가 있어 그 재미와 의미가 더 쏠쏠하다. 담을 허물고 경계를 건너 성큼성큼 다가오는 세상을 추구하는 그는 하늘교회 목사이기도 하다. 지은 책으로는 <코스모스와 에클레시아>, <그리스에서 바로크까지>, <클래식에서 이동파까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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