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그림책이 가진 힘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추억이 있습니다. 어린이집 원감으로 근무하며 석사 공부를 할 때, 그림책을 읽고 유아의 반응을 보는 과제를 한 적이 있습니다. 6세 반에 들어가 그림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에게 주인공처럼 마음에 가시가 박힌 것 같은 적이 있었는지를 묻자 한 아이도 빠짐없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선생님은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들 가운데 절대 자신의 속내를 표현하지 않던 아이가 있었거든요. 그 아이는 조용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그동안 부끄러웠다’면서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그림책이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이때 읽었던 그림책이 가사이 마리가 지은 <거짓말>(한솔수북)입니다.

잠깐만 빌려가야지

이 작품은 유아에게 일어날 법한 사건을 다룹니다. 사건 속에서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를 눈높이에 맞춰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사실감 있게 표현하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주인공 치치는 지나가다 길에 떨어진 빨간 색 자동차를 발견합니다. 멋진 자동차를 본 치치는 ‘잠깐만 빌려 가야지’하며 가져갑니다. 현실에서도 유아들은 멋지고 예쁜 무엇이 있으면 빌려 간다거나 잠깐만 가지고 논다며 가져가기도 합니다.

다음날 치치는 숲에서 그 자동차를 찾는 친구를 만납니다. 이때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데, 당황한 치치는 못 봤다고 거짓말을 하고 말지요. 집에 와 내일은 돌려줘야겠다고 결심하지만 거짓말을 다시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계속 말하려 하지만 계속 못하죠. 이때 그림책에서는 ‘가슴이 따끔따끔 아파요. 가시가 박힌 것처럼’이라고 표현합니다. 저 멀리 친구 모습만 보여도 가슴이 따끔거립니다. 결국 친구에게 가슴에 가시가 박힌 것 같아 아파서 못 놀겠다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친구가 집에 찾아옵니다. 당황한 치치는 문제의 자동차를 숨기느라 애를 먹고요. 그런데 무언가를 눈치 채고 온 것은 아닐까 했던 친구는 사실 치치가 걱정되어 가시 빼는 도구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러한 친구의 따뜻한 모습에 결국 치치는 거짓말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됩니다. 이후 친구의 반전이 있는데, 이 부분은 나중에 그림책을 직접 읽으면서 확인하기 바랍니다.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다

그림책에서 두 등장인물의 모습은 독자와 가깝게 그려졌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심리를 중심으로 그림이 세심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친구에게 거짓말하는 장면의 부자연스러운 시선 처리와 몸짓, 어렵게 친구에게 말을 꺼내는 장면에서 주인공을 친구보다 아래로 위치한 배치, 친구에게 말을 못하겠다며 독자에게도 뒤돌아 서 있는 장면,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다는 표현에서는 아예 꼬리와 엉덩이 부분만 보여주는 장면들이 모두 주인공의 심리를 나타냅니다. 이처럼 그림책은 독자에게 주인공의 상황과 그에 따른 심리 상태를 다각도로 표현하며 쉽게 공감 가도록 그렸습니다.

이 그림책은 유아뿐 아니라 성인도 함께 읽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습니다. 각자 마음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따끔했던 경험을 나눌 때, 그림책이 가진 소통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의 복귀가 시작되고 있지만 아직은 마음의 거리두기가 여전한 요즘, 그림책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로 소통을 시도해보면 어떨까요? 따뜻한 봄, 가정의 달인 오월,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소중한 사람들, 혹은 그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사람들과 오랜만에 만나 좋은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교감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랍니다.

ⓒ 『거짓말』 , 가사이 마리, 손정원 옮김, 한솔수북

연혜민

동명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이며, 한국기독교유아교육학회 이사,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그림책전문가과정 강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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