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들을 위한 그림책 〈나는, 엄마〉이야기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특별한 사람들에게 선물한 이들이 있다. 최근 미혼모들을 위한 그림책 <나는, 엄마>를 펴낸 백선희 작가와 유혜정 작가이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엄마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과 위로가 그림책으로 탄생한 것. 수채화로 그려진 백선희 작가의 따뜻한 일러스트에 유혜정 작가의 글이 예쁘게 담겼다.

‘아직 이야기해준 적도 없고 너도 딱히 물어보지 않지만 궁금할 텐데. 아빠 이야기. 내년엔 열 살. 꼭 말해줘야지.’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어버이날이라고 카드를 써 왔다.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 너를 만난 것. 아가, 엄마한테 와 줘서 엄마가 더 고맙고 사랑해.’

그렇게 인쇄된 1천권의 책 중 600권은 엄마들에게 전달되었다. 평소 미혼모 사역을 하고 있는 협력기관에 전달되었는데,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각 기관에서 돌보는 엄마들의 이름을 받아 각각 개인에게 선물하는 형태로, 미혼부까지 포함되어 전달되었다.

“자기 책이 될 때 힘과 위로가 될 거라 여겨서 그렇게 했어요.”

엄마들이 엄마들을 위해 만들고 전한 특별한 선물. 그 이야기를 들어보자.

영은교회의 미혼모 지원사역

어떻게 이런 선물을 할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백선희 작가와 유혜정 작가가 속한 수원 영은교회(이사무엘 목사)가 벌이는 마을 공동체 사역 중 미혼모 지원팀 일에 참여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미혼모에 대한 관심이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마을 사역을 하시는 김주선 목사님과 대화를 하면서 교회에서 선물 꾸러미를 보낼 때 함께 선물을 보내고 싶다 생각했어요.”

매해 여름과 겨울, 그리고 생일에 영은교회는 미혼모 가정을 위해 선물꾸러미를 만들어 보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여름 꾸러미에는 마스크팩이나 생리대, 핸드크림, 바디로션 등을, 겨울 꾸러미에는 목도리, 수면크림, 영양제, 립밤 등 여성에게 필요한 선물을 보내는 것. 생일에는 케이크 쿠폰과 쿠키세트 등을 보내는데 서양화를 전공한 백선희 작가가 장미꽃 그림 40장을 각각 모두 따로 그려서 2020년 그림액자를 만들어 선물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해하고 품게 되었다

“그럼 다음에는 어떤 선물을 할까 고민하던 중 아이들과 미술수업을 진행하면서 그림책이 주는 놀라운 위로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누군가 글을 써준다면 내가 그림을 그려 그림책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지요. 그래서 스페인 문학을 전공한 유혜정 작가에게 글을 부탁하게 되었고요. 감사하게도 담임목사님께서 책 출간을 격려해주시며 만들어지지도 않은 책 150권을 선구매해 주셨어요.”

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미혼모 지원사역을 해온 김주선 목사와도 함께 계속적으로 회의를 했다. 단순히 미혼모들을 대상화하여 불쌍히 여기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 자신들처럼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또 다른 엄마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의 편지이길 원했다. 사랑스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유혜정 작가는 “처음에는 저도 잘 공감을 못했어요. 그런데 계속해서 영상을 찾아보고 책을 보다가 어느 순간 달라지더군요. 지금 힘내어 살아가고 있는 엄마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제 인식이 변화된 것에 감사하게 되었죠.”라고 말한다.

백선희 작가 역시 감사의 경험을 말한다.

“이 작품을 하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주는 것뿐 아니라 받는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한 것 이상의 기쁨을 얻었어요.”

김주선 목사는 “책 반응이 좋다고 기관 직원들이 대신 전해주셨어요. 미혼모 엄마들이 나중에 괜찮아졌을 때 다른 엄마에게 전하며 격려할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사회가 그들을 다르게 보는 시선을 바꿔야 합니다. 엄마가 되기로 선택한 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격려해야지요.”라고 말한다.

“코로나가 안정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워터파크에 가고 싶어요. 엄마들이 혼자 데리고 가기에는 힘들거든요. 캠핑 등 야외활동을 하거나 아이들을 공동육아로 돌보아 ‘엄마들만의 하루’를 만들어주는 즐거운 계획을 해봅니다.”

봄만큼 따뜻한 바람이 사람 사이에 분다. 힘들었던 무릎을 일으켜 다시 걸어가려는 이들에게 그것만큼 힘이 되는 일이 있을까.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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