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감사이야기 공모전 으뜸상 수상 소감

 

아름다운동행 공모전에서 ‘30년생 김 라이사 할머니’로 으뜸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을 부탁 받아 하얀 백지 앞에 앉으니 만감이 교차한다. 으뜸상 공지 이메일을 주최측이 보낸 지 수일 만에 바로네즈에서 530km 떨어진 모스크바 낯선 거리 통유리 카페에서 확인했다. 홈페이지에 이미 결과 공지가 있었겠지만 확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만큼 으뜸상은 러시아어 ‘술푸리스’, 정말 뜻밖의 놀라운 선물이었다. 그날, 모스크바에는 하루 종일 예쁜 눈이 내렸다. 마주한 유리창 밖 눈이 하늘로부터 선물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공모전에 도전하는 동기와 이유는 다양하다. 수상에 대한 기대치는 인지상정이다. 크고 작은 공모전에 가끔 도전하는 나도 그렇다. 그러나 이번처럼 마감 이틀 전에 알고 그 분주한 중에 가슴 속에 담겨있던 이야기를 꾸밈없이 풀어낸 경험은 생소하다. ‘감사’와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는 공모전 주제에 적합한 주인공 선택에는 일말의 고민이 없었다. ‘30년생 김 라이사 할머니’는 내 심장 한복판에 사랑과 감사란 이름으로 새겨져 있는 내 삶 최고의 선한 사마리아인이셨기에.

지난 13년 동안 사계절 내내 김 라이사 할머니는 나에게 주고 또 주셨다. 봄에는 텃밭 부추를, 여름에는 야채를, 가을에는 배추와 과일을. 그리고 겨울에는 이 모든 것을 방카(겨울에 음식을 저장하는 유리병)에 담아 선물하셨다. 올해는 참 아쉽다 했을 때 하늘로부터 도착한 뜻밖의 ‘술푸리스’. 일 년 중 가장 춥고 외로운 러시아 겨울 한복판에서 방카에 담긴 으뜸상을 받았다. 앞으로 견뎌야 할 겨울 4개월이 더 남아있다. 이 으뜸상은 격려와 사랑 그리고 위로의 다른 이름이다. 공모전 글 제목을 참 잘 지었다고 홀로 자화자찬한다. 이 으뜸상 주인공은 글 제목처럼, 전적으로 ‘30년생 김 라이사 할머니’다.

서지연 선교사

러시아 바로네즈 벧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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