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룩 업〉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는 작년 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돈 룩 업>이라는 블랙 코미디입니다. 심도 있는 이야기로 우리 뇌를 깊은 사유의 세계로 끌고 들어가지 않고, 전반적으로 허황되게 풀어나가고 있지만,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 하나하나가 우리네 현실 사회 모습과 너무나 유사해 놀라울 뿐입니다. 특히나 코로나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외쳐도 듣지 않는

천문학 전공 대학원생 디비아스키가 우연히 혜성 하나를 발견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녀의 지도 교수인 민디 박사가 그 혜성의 궤도를 계산해 보니 6개월 뒤에 지구와 충돌한다는 거예요. 이내 그들은 지구 종말을 가져올 이 엄청난 사실을 정부 측에 보고한 후, NASA와 국방부에서 나온 담당자와 함께 백악관으로 서둘러 달려가지요. 하지만 이런 심각한 분위기는 초반 10분을 채 안 넘깁니다. 대통령에게 브리핑하기 위해 그들이 백악관에서 대기하면서 슬슬 느낌이 이상해지더니, 이후부턴 풍자극으로 영화 끝까지 냅다 질주합니다. 반년 안에 지구가 멸망한다고 정부와 언론을 상대로 아무리 외쳐도 그걸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대통령은 중간선거에 이기기 위해 그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언론은 그저 사소한 가십 정도로만 여길 뿐입니다. 대중은 정치 스캔들과 연예인 애정사에 더욱 열광하며, 지구 종말을 외치는 디비아스키와 민디를 우스꽝스러운 문화적 현상으로 소비하죠.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결국!

현실을 바탕으로

<돈 룩 업>에서 지구 종말을 가져오는 ‘혜성’을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을 비롯한 기후 위기·환경파괴·원전·전쟁 등등, 인류를 위험으로 내모는 그 어떤 것을 대입해 봐도 다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사실 이 영화는 지구 종말을 다룬 재난 영화가 아니라, 매스미디어와 대중, 그리고 정치권의 과학적 사실(scientific fact)에 대한 소비 방식을 비꼬고 있는 드라마이거든요. 감독 애덤 맥케이가 처음엔 지구온난화를 염두에 두고 가볍게 기획했지만, 제작 기간 중 코로나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그 풍자를 훨씬 더 노골적으로 다루게 되었답니다. 락스 같은 살균제를 주입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죽는다는 등,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을 떠벌리던 일까지 벌어졌으니, 당대 사건 하나하나가 영화 제작자에게 더욱 직접적인 영감을 주었을 겁니다. 지난 2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560만 명이 죽었음에도, 학자들이 제시한 방역 규칙이나 의견을 가볍게 무시하며, 코로나바이러스를 단지 음모론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특히나 미국에선 방역을 두고 민주당·공화당 지지자들끼리 첨예하게 맞붙은 상황이라, 이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어요.

내일을 바라보지 않는 것

이렇듯 전반적으로 혼란이 가중된 데에는 무지성의 언론 탓이 큽니다. 예를 들어 신약이 개발되었을 때, “신약은 100% 안전한가?”라고 물으면, 학자들은 대개 “안전하지만, 100%는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이건 논리적으로도 경험적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답변입니다. 그런데이걸로 극단적 위험성만을 지나치게 설파합니다. 마찬가지로 그 학자에게 “생수는 100% 안전한가?”라고 물으면, 역시나 당연히 그건 아니라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이걸 갖고 생수의 위험성을 증폭시킨다고 생각해 보세요. 가장 지성적이어야 할 언론의 변질된 모습입니다.

수많은 학자가 미래에 대해 경고하지만, 그걸 무시하고 오늘만 보고 사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봐왔고, 또 봅니다. 국가와 민족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역사를 조금만 살펴봐도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반복되어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도 여러 선지자가 유다와 이스라엘의 멸망을 예언했으나, 영화에서 디비아스키와 민디가 당한 것처럼, 그저 조롱만 받았을 뿐입니다. 이 정도로 반복한다면, 이건 인간의 종족 특성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즉, 오늘만을 사는 거죠. 내일을 바라보지 않는 삶, 이건 문명임을 포기하고, 야만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인 게죠.

임택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미국 오하이오대학교에서 영화이론을 수학하고, 대학에서 영화학과 미학을 강의하며, 철학과 인문학을 통해 영화를 독해하고, 시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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