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무섭 목사의 자서전 〈네 사람〉이야기

 

열여섯 소년은 어머니가 싸준 보따리 하나를 손에 꼭 쥐고 서울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그 시절, 어려운 가정을 돕겠다고 일찍이 취업전선에 나선 그 어린 자녀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러움과 불안 속에서도 해내야 한다는 다부진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올라온 서울. 목욕탕 심부름, 신문배달, 우유배달 등을 하며 그 소년은 힘든 중에 검정고시에 합격하기도 했다. 엄혹한 시절이었지만 그 안에서 소박한 꿈을 꾸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또 한 번 대학교에도 도전해봐야지 하며 꿈을 꾸게 된다. 하지만 ‘군대 영장이 나왔으니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오라’는 편지가 도착한다.

목회 30주년을 맞아 자신의 삶과 신앙을 정리해 기록한 자서전 <네 사람>(아름다운동행)을 펴낸 남무섭 목사(늘샘교회․사진)는 그 절망의 시절을 이렇게 기억했다.

‘나는 바닥 인생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나? 눈물과 땀과 손때 묻은 노트와 책을 손수레에 실으며 그토록 푸르고 아름답던 내 희망과 꿈도 함께 실어 보냈다.’

‘그때’ 남 목사는 고향에 내려가야 했다. 지나고 보니 6촌 여동생을 ‘만나야만’ 했기 때문이었나 보다. 동생에게 교회에 나가보라는 소리를 생전 처음 들어본 것이다.

“오빠, 군대 가서 힘들 때 꼭 교회에 나가봐!”

그것이 인생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줄 그때 남 목사는 몰랐다.

“10년 전부터 자서전을 써내려갔습니다. 처음부터 책을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고, 내 인생은 하나님이 아니고서는 이어짐이 가능하지 않은 삶이라 여겨 기억날 때마다 받은 은혜를 계속 기록해온 것이지요.”

그래서인지 책에는 아주 자세한 내용들이 담겨있다. 군대 들어가 처음 다니게 된 교회에서 하나님을 뜨겁게 만난 내용을 비롯해 힘든 군생활에서도 위기의 순간마다 놀랍게 역사하셨던 것. 그런 일들이 하도 자주 있으니 군대 동기 한 명은 그에게 이렇게 부탁했다고.

“무섭아, 하나님께 기도 한 번 해봐라. 하나님이 너의 기도는 잘 들어주시잖아.”

‘성경 다니엘서를 보면 사드락과 메삭, 아벳느고가 풀무불 속에 던져졌을 때 거기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그때 네 사람이 손을 잡고 춤을 추었던 것처럼 내 곁에는 늘 한 분이 더 계시는 것 같이 여겨졌다.’

“진짜 그랬어요. 이후에 목회자로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도전하게 되었을 때나, 광명에 늘샘교회를 개척하게 되었을 때도 상황은 풀무불 속인데, 그 상황 가운데는 꼭 주님이 계셨어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날 뿐 아니라 각자가 만난 하나님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길 바랍니다.”

실제로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옛날 생각이 났다. 내가 만난 하나님을 다시금 기억하게 되었다’, ‘요즘 통 눈물이 안 났는데 보면서 울었다. 하나님은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며 코로나로 느슨해진 신앙을 돌아보게 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기도하며 존중하는 모습

<네 사람>을 읽다보면 삶의 고비마다 남 목사는 꼭 필요한 ‘기도’를 하고, 동시에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른 이들을 도우며 존중하는 모습이 계속 나온다. 풀무불 속에서 하나님의 손을 붙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이들의 손도 꼭 잡아주는 모습.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두 가지 모두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과 함께 할 뿐 아니라 사람들과 동행하는 ‘태도’ 말이다.

실제로 교회 건축이 끝나고 이런 일이 있었다. 중간 도급업체로부터 아직 임금을 받지 못한 인부들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건축 중에도 늘 커피와 식사를 대접하고 안아주었던 이들이라 반갑게 끌어안고 인사를 나누었다. 그랬더니 한 인부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사실 품삯 못 받은 것에 대해 목사님께라도 행패를 부리려고 술까지 한 잔하고 찾아왔는데 목사님 얼굴을 보는 순간, 또 목사님이 우리를 끌어안고 반가워하는 순간 갑자기 그럴 마음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일할 때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매일 아침 끓여주던 커피가 생각났습니다. 목사님, 용서해주세요!”

‘남이 보지 않는데서 베푸는 친절, 위험을 감수하고 베푸는 친절,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베푸는 친절, 자신의 것을 희생하며 베푸는 친절, 지속해서 베푸는 친절을 배워야 한다. 예수님은 모든 인간을 위해 자기 몸을 주셨고 사랑을 베풀어주셨다. 무엇이든 심는 대로 거둔다.’

제자훈련으로 잘 성장한 늘샘교회에서 30년간 목회하면서 남 목사는 이 ‘네 사람’의 원칙을 지켜왔다. 주님을 기억하는 것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겪는 사람들에 대한 환대와 배려를.

“작은 예수가 되어서 살아가야 합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그렇게 걸어갈 때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역사하십니다.”

그 옛날 어린 소년 곁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지만, 이미 준비된 사람들과 주님이 계셨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은 후 그 소년은 혼자라고 여기는 이들의 손을 잡아주며 나아간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지금, 어쩌면 가장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주님이 함께 하십니다. 그리고, 나도 함께 하겠습니다.’ 필자 남무섭 목사의 다짐이자 미션이다.

이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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