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권서 이성근

 

대한성서공회가 펴낸 <대한성서공회사>에는 성경이 이 땅에 전해진 경위, 즉 번역과 전파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 과정을 따라 가보면 그 일을 위해 애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경기도 안성군에서 1917년부터 20여 년 간 권서로 활동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이성근(李成根)이다. 1922년 어느 날, 이 권서가 한 절을 방문했다. 1919년 3·1운동 때 기독교, 대종교, 불교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 ‘독립’을 위해 일했기에 아마도 당시에는 종교 간에 큰 거부감이 없었을 터. 그런데 이 권서는 절에 도착해 깜짝 놀랐다. 이미 그 안에 기독교신자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곳에 사는 한 여인이 성경을 읽고 있었고, 그녀는 완전한 기독교 신자로 그 절에서 일하는 승려의 장모였다. 이 권서는 어찌된 영문인지 몰라 사정을 물었고,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어느 날 승려 한 사람이 마을에서 성경책을 한 권 얻어 절에 가져왔고, 승려들은 이 책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토론했다. 그들이 대화하는 것을 엿듣고는 그 책이 새로운 종교인 ‘야소교’를 가르쳐 주는 책임을 알게 된 승려의 장모는 책을 얻어 와 혼자 읽은 뒤 기독교의 가르침을 깨닫고 입교하게 된 것이다.

이 권서는 그녀가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았다는 데에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는 분명 성령의 가르침을 받은 것이라고 확신했다. 사실 이러한 일은 처음 일어난 것이 아니다. <성경과 사람들> 앞의 내용들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선에 기독교가 전래된 데에는 ‘성경번역’이 큰 역할을 했다. 생계를 위해 선교사들의 성경번역에 참여했던 청년들이 ‘읽다가’ 개종한 사건을 소환한다. 이 역사가 계속해서 이어져, 불교의 한 절에서도 재현된 것이다.

이 사건은 권서 이성근을 크게 고무시켰다. 성경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몸소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그해(1922년) 한 해 동안 약 4,800권의 성경을 팔았다.

민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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