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용의 감사학교 - 사과, 이렇게 하세요!

대구는 사과가 처음 뿌리를 내린 곳이다. 우리 땅에 사과가 없던 시절, 1900년 초 미국의 선교사가 미국 미주리의 사과나무를 대구 제중원에 옮겨 심은 것이 그 시초가 되었다.

지난 10월 24일은 ‘사과 데이’였다. 화해를 하고 싶은 사람에게 사과를 선물하며 사과(謝過)를 하자는 날이었다. 이왕이면 감을 건네며 감사하는 ‘감사 데이’도 있으면 좋겠다. 사과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막은 담을 헐어주며 화목한 관계를 회복시켜 준다. “비는 데는 무쇠도 녹는다”는 말이 있듯이, 사과는 화를 끄는 소화기이자, 용서의 청구서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니, 사과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소통 능력이다.

진실한 사과는 상대방이 다시는 문제를 삼지 못하게 하는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진실한 사과의 핵심은 사실의 시인과 용서를 비는 태도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과를 안 하거나, 해도 ‘변명’을 섞어 넣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똑같은 전범 국가이면서도 독일과 일본의 사과는 내용도 태도도 완전히 다르다. 요즘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정치인들의 사과 시늉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개인 간에도 그렇다. 해를 끼치고도 사과를 전혀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체면이 깎일까봐, 거절당할까봐, 쑥스러워서. 사과를 하긴 하는데 상대방의 마음을 달래주지 못하는 수도 있다. 한 입 베어 먹은 사과를 ‘파인 애플’이라고 하는데, 다음과 같은 사과가 바로 파인 애플 사과법이다. 내용(시인)이 빠진 사과, 가정법(~라면) 사과, 보상이 빠진 사과,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하는 사과, 사과문 뒤에 “그런데”가 붙는 사과, 자신의 감정 상태를 뜻하는 ‘유감(有感)’이란 애매한 말로 대신하는 사과.

<5가지 사랑의 언어> 저자인 게리 채프먼은 사과의 5단계를 말한다. 1단계는 미안함을 표현한다. “미안해.” 2단계는 책임을 인정한다. “내가 잘못했어.” 3단계는 보상을 제안한다. “어떻게 해주면 좋을까?” 4단계는 진실한 뉘우침. “다시는 안 그럴게.” 5단계는 용서 요청. “날 용서해줘.”

여기서 중요한 게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사안의 중대성에 맞춰 적절한 단계로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 상대방은 5단계를 원하는데 4단계로 사과하면 실패한다. 둘째는 어떤 단계로 사과를 하든 1단계부터 그 단계까지 하나씩 차근차근 거치며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1, 2단계를 생략하고 바로 3단계 보상을 제안하면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잘못된 사과는 다시 사과 거리를 만들게 된다.

사과는 과거를 정리하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준다. 사과는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과는 즉시, 당사자에게 직접, 상대방이 그만하라 할 때까지 넘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사과 데이는 지났지만, 내 사과를 기다리는 그 사람을 찾아가 사과 몇 개 건네며 화해를 해보면 어떨까. 지금!

 

이의용

아름다운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생활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잘 가르치는 교수’와 ‘내 인생을 바꾸는 감사일기’ 등 43종의 저서가 있다. 대학과 교회, 기업 등에서 소통, 교수법, 인생설계, 감사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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